최근 세계 최고 브랜드와 제품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폰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토로라가 슬림한 디자인의 레이저폰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국내 업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 업체는 “위기는 없다”며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신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획기적인 디자인 채택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임베디드소프트웨어(SW) 업계는 휴대폰 업계와 시각이 다르다. 국내 휴대폰이 지금처럼 첨단 조립과 세련된 디자인에만 의존해 시장을 지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처럼 하드웨어(HW)에서 한국 제품을 능가하는 제품이 나오면 한국 휴대폰 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현철 MDS테크놀러지 사장은 “휴대폰에서 HW 경쟁은 끝나고 SW 경쟁이 시작됐다”며 “한국 휴대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임베디드SW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휴대폰에서 임베디드SW 기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휴대폰이 단순한 통신 기능을 넘어 각종 게임·동영상 등 다양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사하려면 임베디드SW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컨버전스(융합)가 가속화할수록 임베디드SW 역할이 커진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 임베디드SW 시장은 두 가지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3대 기업이 휴대폰 시장을 싹쓸이하는 통에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 한정된 수요자에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수요자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기 대기업은 SW 분야의 지적재산권(IPR)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다수 과제를 용역 형태로 대체, 관련업체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기철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 국장은 “용역 형태의 개발은 임베디드SW 개발업체로 하여금 투자를 기피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기술에서 뒤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이는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둘째는 국내 휴대폰 산업 규모에 비해 외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임베디드SW산업협회에 따르면 휴대폰을 포함한 무선기기의 임베디드SW 국산화율은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의 임베디드SW는 크게 운용체계(OS)와 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 세 가지 부문으로 구분된다.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는 네오엠텔 등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스템 운용을 좌우하는 OS에서는 외산에 크게 밀린다.
휴대폰 OS는 전통적 강자인 뉴클리어스(멘토그래픽)와 Vx웍스(윈드리버)를 위시해 심비안(노키아)·윈도CE(마이크로소프트)·리눅스 등이 세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OS로는 MDS테크놀러지의 네오스가 유일하다. 국내 모바일 임베디드SW 업계는 원천기술 시장은 외산에 내주고 응용기술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휴대폰 업체도 고충은 있다.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판에 국산 임베디드SW를 위해 국산을 고집할 수만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베디드SW는 철저한 검증과 신뢰성이 생명인데 국산 제품은 공급 업체가 적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선인터넷 브라우저업체인 인프라웨어는 최근 LG전자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모토로라 등과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해 휴대폰 브라우저 시장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도 대기업이 참여해 개발한 임베디드OS인 ‘아이트론’을 휴대폰과 텔레매틱스 기기의 표준으로 채택,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베디드SW연구단장은 “대기업과 임베디드SW 업체가 협력하지 않으면 정보기기의 외산 SW 종속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 와이브로·DMB 등 차세대 무선기기와 휴대폰부터 국산 임베디드SW의 채택률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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