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124)팔방미인 RNA

얼마전 발표된 2006년 노벨상에서 RNA를 주제로 한 연구가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RNA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정보를 운반하고 단백질 합성을 돕는 유전정보전달물질로, 주로 원핵생물들은 DNA 대신 RNA를 갖고 있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 로저 콘버그 교수는 세포 내 DNA에서 RNA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부르는데, 로저 교수는 전사 과정 중인 DNA, RNA, 효소의 집합체를 얼려서 분리한 후 X선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전사와 관련된 집합체의 구조를 원자 단위까지 볼 수 있도록 해 향후 유전자 연구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편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 앤드루 파이어 교수와 매사추세츠대 크레이그 멜로 교수는 ‘RNA 간섭’(RNA interference) 현상을 발견했다.

DNA가 이중 가닥의 꽉 닫힌 지퍼라면, RNA는 단일 가닥의 열려진 지퍼다. 또 RNA는 안정적인 DNA와 달리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에 DNA, RNA와 쉽게 붙는다. 예를 들어 전사중인 RNA에 꼭 맞는 짝을 가진 RNA 조각이 있다면 이들은 서로 달라붙어 더 이상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를 ‘RNA 간섭’이라 부르는데,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짝을 이루는 RNA를 세포 내에 집어넣으면 유전병을 근원단계부터 치료할 수 있다. 또 바이러스나 암세포가 해로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RNA 간섭을 유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