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못 찾은 삼보컴퓨터 어디로 가나?

 난항을 거듭하던 삼보컴퓨터의 ‘새 주인 찾기’가 결국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3일 H&T가 단독으로 참여한 삼보컴퓨터 인수·합병(M&A) 입찰이 공식적으로 유찰되면서 삼보는 당분간 독자 생존으로 가닥을 잡고 정리 계획안에 따라 법정 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찝찝한’ 유찰 배경=법원과 삼보컴퓨터가 밝힌 직접적인 유찰 배경은 가격이다. 한 마디로 매각 주간사가 산정한 가격과 입찰자의 투찰 가격이 지나치게 거리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오직 가격 때문 만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단순히 가격 만으로 단독 입찰임에도 보름 이상을 끌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뿐 아니라 고용 승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보 운명은=법정 관리 중인 삼보는 독자 생존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일각에서는 ‘재입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주간사인 삼정KPMG 측은 “일단 유찰로 끝이 났고 이 후 일정은 채권단과 법원의 몫”이라며 “1∼2주 정도 시간을 두고 앞으로 방향을 다시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삼보는 올해 1월, 법정관리 인가를 받은 후 영업 조직이 활성화하고 시장 점유율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삼보 측은 “독자 생존 과정에서 우량 투자자가 나타나면 재차 M&A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매각 실패는 삼보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먼저 흑자 기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가치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회사 정리 채무도 숙제다. 올해 삼보가 갚아야 할 채무는 245억원. 내년은 501억원으로 늘어난다. 상반기 20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삼보에게 상당한 부담인 셈이다. 당장 영업이 회복되더라도 이런 악재를 안고 있다면 회사 정상화 기간도 길어 질 수밖에 없다. 독자 생존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앞으로 삼보의 미래는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