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게임은 세상에 나온 지 수 천년의 시차가 있지만 참 비슷한 데가 많다. 두뇌 싸움을 하는 일종의 멘탈 스포츠란 점이 그렇고, 우리나라가 마치 ‘종주국’인양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점 또한 그렇다. 바둑에 이창호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있듯 게임엔 임요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바둑 애호가가 500여만명에 달하듯 게임 마니아도 수 백만명에 이른다.
똑같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로부터 공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도 같다. 바둑이 대한체육회 등록을 통한 스포츠화를 추진하듯 게임 역시 ‘e스포츠’란 꼬리표를 달고 공식 스포츠화를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은 사실 바둑과 게임은 같은 뿌리이기 때문이다. 바둑은 넓은 의미의 게임이다. 게임을 묶어 서비스하는 게임포털의 주 메뉴중 하나가 다름아닌 바둑이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다른 점이 많다. 바둑은 주로 30대 이후 기성 세대들의 여가나 취미수단인 반면 게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다. 바둑에 대한 기성 세대들의 생각은 긍정적이지만, 게임은 부정적이다. 바둑은 두뇌 개발과 집중력 향상, 정서적 안정 등 교육 효과가 크지만, 게임은 폭력성과 사행성이 강한 비교육적 콘텐츠라는 고정관념의 뿌리가 깊다. 그래서 부모들은 바둑은 학원까지 보내며 자녀들에게 권장하지만, 게임은 ‘쿼터제’까지 도입해가며 막는게 현실이다.
바둑과 달리 게임은 스포츠이자 산업이란 점도 두 종목간의 현실적 차이이다. 누가 뭐라해도 게임은 20대 전후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이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이다. 수출도 영화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효자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바둑과 게임의 더욱 중요한 차이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 스스로의 자긍심과 단결력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인들은 바둑의 대중화와 세 확산에 조직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아직 게임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e스포츠계 최고 스타로 지난 9일 입대한 임요환 문제만해도 그렇다.
곳곳에서 임요환의 입대로 e스포츠계가 위기에 빠졌다고 야단이지만, ‘포스트 임요환’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입대를 앞둔 임요환을 ‘상술’로 활용하는데 혈안이 됐을 뿐이다. 중요한 현안에서 만큼은 모든 종사자들의 힘을 한 곳에 집중하는 협동심, 이것이 바둑엔 있지만, 게임엔 아직 없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