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책임한 국감 발언

 북핵 사태로 이틀씩이나 연기돼 치러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도 첫날부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피감기관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지면서 정책국감의 면모는 실종됐다. 여야 막론하고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 과기정위에 포진해 열리는 첫 국감이라 그 나름대로 기대도 컸던 터다.

 지난 13일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전여옥 의원(한나라당)은 노준형 장관에게 “통신사업자와 밀월관계가 있는 것 같다. 정통부에 질의하면 사업자들이 찾아와서 막고 있다. 조사해서 문책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노 장관이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달라”고 하자 전 의원은 대뜸 “SK텔레콤이다. 내가 이 자료를 요청한 사실을 감히 사업자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SK텔레콤 측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 채 볼멘소리를 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전 의원이 다른 기업을 착각해 그냥 해 본 얘기였다. 정치권은 한번 내뱉으면 그만이지만 오히려 당하는 쪽은 입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는 사업자다. 최근 정치권의 결정으로 무선인터넷 요금을 낮추기로 했으나, 가뜩이나 통신요금에 대한 눈치도 봐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이석현 의원(열린우리당)은 포털사이트 부정클릭 문제를 도마에 올리면서 정통부가 “사업자들로부터 자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요지로 질책했다. 그러니까 앞서 전 의원은 ‘정통부가 사업자들에게 질의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고 문제삼았고, 이 의원은 ‘질의의 취지를 사업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자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따진 셈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올해 통신업계는 가계 살림살이가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 나름대로 투자에 충실해 왔고, 얼마 전에는 무선인터넷 요금인하라는 성의를 보였다. 북핵 문제로 어수선하지만 경제 견인차가 IT산업이라는 점을 모를리 없는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이통 3사 사장들에 이어 KT 사장도 증인으로 불러 세울 태세다. 과기정위의 가장 큰 임무가 IT산업이 선순환 구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역시 사업자들만 피곤하게 하는 이번 국감이 또 한번 실망스럽다.

IT산업부·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