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긴급좌담-남북 경협에 미치는 영향

  유엔 안보리는 14일(현지시각) 북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제재조치는 군사적인 조치를 제외한 경제제재를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 IT협력 등 남북한 경제협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최근의 북핵실험 사태와 유엔의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남북경협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은 그동안 진행된 남북 IT협력 등 경협 전반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

-강인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북한정보통신연구센터 소장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사회: 장길수 본지 경제과학부장

<가나다순>

◇사회(장길수 부장)=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14일(현지시각)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추진해온 IT경협 사업 등 전반적인 경협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진행된 경협 전반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유완영(유니코텍코리아 회장)=지난 김대중(DJ)정부 시절에 비해 오히려 경협의 폭이 축소된 느낌이다.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어떻게 접촉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성과가 나올수 있을지 경협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모두 고민하고 있다. 또한 북미간의 정치적 영향 때문인지 DJ정부 때와 비교할때 기업들의 의사가 경협 정책에 적극 반영되지 않는다. 또, DJ정부때는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북경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접촉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심지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대북사업을 안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대북 경협사업을 직접 추진하고 있는 업체로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북한과 다양한 차원에서 접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점을 절감했다. 특히 대북사업의 경우 북한의 계약기관과 추진주체가 다른 점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결과물을 바로 사업에 반영을 해야 하는데 통신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여러 절차를 거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으로 현지 인력을 불러내 교육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강인수(KISDI 소장)=남북한 경협사업이 아직은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IT산업 육성을 통해서 경제성장과 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남북한간 불신이나 국제정세로 인해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사회체제 유지 등 목적 때문에 남북경협 진전이 전반적으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사회=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IT협력사업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T교류사업의 현황은.

△강인수=남북한간 IT분야 교류협력을 보면 현재까지 총 15건에 투자규모가 1825만달러에 이른다. 분야는 크게 정보통신·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SW가 9건으로 가장 많고 통신과 하드웨어가 각 4건과 2건이다. 통신과 하드웨어 교류가 부진했던 것은 북한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한간 통신망은 당국간 회담용이거나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을 위한 것이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 회선은 240회선 정도다. 문제는 북한이 체제 유지 등을 이유로 통신망을 전혀 개방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인터넷이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외국과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북간 IT교류 진전을 도출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하드웨어 분야의 부진은 북한이 IT관련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기술도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SW부분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이는 북한이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HW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노동집약적인 분야인 SW는 다른 분야보다 쉽게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우리 기업들이 SW 개발 기획과 판매를 맡고, 개발은 북한 기업에 의뢰하는 형태다. 북한의 기초 기술부분은 많이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업적 측면과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능력은 한계에 있다. 성공적인 SW 남북협력사례는 하나로텔레콤이 삼천리총회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정도에 불과하다.

△임완근(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현재로선 IT경협사업의 성패여부를 판단하는 게 이른 감이 없지않다.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남북경협 IT사업이 매우 드물다. 대부분 사업들이 실패했거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북측의 전력·통신·주거·운송·방문조건 등 사업환경과 산업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남북 당국간 충돌이나 당사자 간의 이해부족에서 기인하는 문제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다만 내년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을 과기 및 IT협력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33만평의 부지에 3만여평의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2000여명의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대학·대학원 그리고 지식산업복합단지와 시범공장이 들어선다. 내년 봄에는 1차로 대학원생 200명을 모집하고, 7개 전문연구소도 개소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측 교수들은 물론 세계 우수한 교수들이 강의를 할 계획이다.

◇사회=유엔 결의안을 보면 군사적 제재는 제외됐지만,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결의안이 향후 미칠 영향은.

△임완근=정부주도의 사업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한 상황이라 더욱 유엔의 결정이나 권고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민간 경협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어느 정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간 정부주도로 추진해왔던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가지 제안하고 싶다. 교육 부분과 중소기업 중심의 소단위사업의 가능성이다. 북한의 대도시에 소규모의 하드웨어 산업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완영=정부가 이번 유엔의 결의안을 따르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결의안으로 인해 회원국 수출이 전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확대는 둘째치고,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것이다. 특히 SW개발은 일본과 연결해 준비를 해 왔는데 일본이 강력히 나올 채비여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해안봉쇄를 단행했을 때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일 관계는 돈독해지는데 한·중·러, 한·러 관계는 멀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결정은 더욱 어렵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제시해야한다.

△강인수=현재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진행중인 기업들은 상당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통신망 사업도 중단되거나 계속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사회=일각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데.

△유완영=개성공단 사업은 유지 해야한다. 이 사업 자체가 북한의 변화를 많이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 자체를 부정해버리면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시련이 있어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유엔 회원국이 합의해서 우리 정부가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남북교류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 문제가 안 되는 수준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동·서독의 경우도 교류는 지속됐다. 남북간 상처를 치유하면서 해결하는 데 있어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임완근=옳은 지적이다. 개성공단이 남북의 군사긴장을 완화하는데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남북간 튼튼한 교두보 역할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회=전략물자 반출 통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기업들의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강인수=바세나르 협정, 미국의 수출관리법 등에 관련 규정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우선 어떤 품목이 전략물자 대상이 되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규정이 다소 느슨하게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강력해질 수 있다. 바세나르 협정 등을 보면 이중 용도를 규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우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그것조차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완영=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눈감고 넘어간 품목에 대해서 앞으로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측면에서 정부는 정책 방향을 빨리 발표해야 한다. 그것에 맞춰 기업들이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그렇다면 정부와 기업들은 어떨헤 대처해야하나.

△유완영=이번 유엔 결의안의 핵심 골자는 북한에 현금이 가는 것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남한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대화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임완근=정부는 남북경협을 민간 중심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인프라 등 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사업자들도 자발적 참여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북한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우방국과 협상과 6자간 회담을 통해 우리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밖에 없다.

△유완영=기업들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현재 북한과 경제협력사업을 진행중인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 상태다. 이 상태에서 접고 나가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대북사업을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북한도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임완근=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을 중단하거나 위축시키는 일은 동북공정을 촉진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북한경제를 중국에 송두리째 예속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완영=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번 사태가 오래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대북사업을 준비했던 업체의 경우 시작 시점을 미루는 것이 적합하지 포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어차피 북한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도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조절은 있더라도 완전한 폐기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정리=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