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 800원대 이하로…수출 경쟁력 악화 비상

 원엔환율이 8여 년만에 800원대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더욱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16일 외환시장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엔환율이 종가기준 100엔당 798.70원으로 고시되면서 △직접적인 대일 수출감소 △일본과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제 3시장 수출 감소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18일 대책회의를 열고 ‘원엔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무역협회 등 재계도 원화의 안정적인 운용 및 해외 간접투자를 촉진하는 근본적인 외환수급 대책을 요구하는 등 원엔환율 안정이 경제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엔 환율, 700원대로=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영향 등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798.71원으로 고시되며 지난 1997년 11월14일 784.30원 이후 8년 11개월만에 700원대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엔달러의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북핵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일본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가 약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수출에 직격탄=원엔환율 하락은 우리 제품의 일본과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수출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엔환율 하락의 근본요인이 되고 있는 엔·달러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우리 수출은 향후 4년동안 430억달러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세계 수출무대에서 한·일 양국간 중복 품목의 수출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큰 부담이다.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 신승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상위 50대 수출품목 중 일본과의 중복품목 비중이 2000년 28.8%에서 지난해에는 50.6%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반도체의 경우 일본기업들이 올들어 수출단가를 10∼20% 인하하면서 수출물량이 연초대비 30∼40%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가격이 5∼10% 인하에 그치면서 물량증가가 10∼20% 증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대책 마련 착수=정부도 갑작스런 하락에 급박히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재정경제부는 18일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1주일간 수도권 소재 수출 중소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로 했다. 또한 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민간단체를 통해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수렴에도 나선다.

재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들이 환변동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이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 대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영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업계 요구사항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