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유럽 IT시장을 개척한다

대구 구봉정보기술의 박무희 사장이 현지 기업인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 구봉정보기술의 박무희 사장이 현지 기업인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360만달러. 지난 17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인천과 대구지역 중소 IT업체들의 비즈니스 상담 결과다. 수출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낯선 땅 동유럽에 한국의 IT가 깃발을 날리는 쾌거의 의미가 크다.

 가온아이엔티의 임광성 사장은 “금액은 크지 않지만 첫 상담회에서 공급 계약이 성사돼 보람있는 행사가 됐다”며 “이번 상담이 제휴로까지 확대돼 동유럽 판권을 맡길 수 있는 파트너 관계로 발전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공동으로 11개 중소 IT기업으로 시장개척단을 구성, 이날 체코 프라하의 크라운프라자 호텔에서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했다. 현지 참가업체는 총 30개. 기업당 최하 10만달러의 상담이 오간 셈이다. 기존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 체코의 비즈니스 관행에 비추어 첫 만남에서 구체적인 상담이 오간 것은 그만큼 한국 IT기술에 대한 체코 기업인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코트라 프라하무역관 측의 설명이다.

 시장개척단 행사를 직접 지원한 이규남 코트라 프라하무역관장은 “체코는 EU 가입과 함께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IT에 대한 높은 이해로 비록 인구는 적지만 국내 IT전문업체들에는 유럽시장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과 대구진흥원은 1년 전부터 동유럽 시장에 시장개척단을 보내기로 하고 올 상반기 중 최종 참가업체를 확정했다. 또 한 달 전부터는 코트라 프라하무역관과 연계해 시장조사 등을 통해 한국 아이템에 관심있는 현지 기업을 수배, 행사 전날까지 미리 제품정보 등을 제공해왔다. 따라서 이번 상담회는 지난 한 달 동안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졌던 상담내용을 직접 얼굴을 보면서 제품과 기술수준을 최종 확인하고, 구체적인 상담을 벌이는 자리다.

 상담회에 참석한 체코 그라포사의 바보라 크랄리코바 사장은 “한국의 IT 관련 부품을 처음 보는 기회가 됐다”며 한국의 첨단 부품을 취급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미디어사의 야로슬라브 베슬리 사장도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며 그러나 한국업체들이 첫 거래부터 큰 물량을 기대하기보다는 적은 물량부터 차근차근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전의진 인천정보산업진흥원장은 “지역에 위치한 전문업체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외시장 개척이지만 자체적으로는 자금과 인력이 취약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따라서 연관있는 중소 전문업체들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코트라와 같은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인 시장개척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이들 지역기업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게 정부나 관계기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동유럽 시장개척단은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0여개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다시 한국IT기술에 대한 세일을 시작한다.

프라하(체코)=양승욱기자@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