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허브로서 부산에 문을 연 ‘아태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가 1년여 만에 정체성과 발전방향을 잃었다. 특히 국제기구 자격이 없는데다 APEC 회원국 지원 없이 우리 정부와 부산광역시가 운영예산(올해 13억원, 내년 10억원)을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과학기술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APEC 기후센터(APCC: APEC Climate Center)’는 2004년 3월 제4차 APEC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설립을 제안해 작년 3월 제1차 APEC 고위관리회의에서 인준했으나 국제법상 지위가 확보되지 않아 국내법을 근거로 한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APCC가 국제기구 자격을 얻지 못한 것은 경제협의체인 APEC 산하에 국제기구를 둘 수 없기 때문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APEC 회원국들로부터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 상태고, 내년에서야 처음으로 APEC 본부에서 5만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다.
과기부와 기상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연합(UN) 회원국으로 협력대상국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기존 APEC 합의사항(APCC 설립)을 무효화함으로써 회원국 간 신뢰와 협력체계에 흠집을 낼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
이처럼 APCC의 앞날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2008년까지 건축비 60억원(토지비용은 따로 해결할 예정)을 들여 대지와 연건평이 각각 1000평 규모인 독립건물을 짓기로 해 재원조달 성공 및 계획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구본제 기상청 차장은 “내년부터 로버트 러플린(전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처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인물을 소장으로 영입해 APCC 국제기구화를 꾀할 계획”이라며 “APCC 소장이 e메일·휴대폰 등을 통해 비상근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이사장·사무총장 체제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