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미래 비전은?’
미래 사회 주인공중 하나인 로봇은 어떻게 우리 곁에 다가서고 진화해갈까. 지난 19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열린 국제로봇콘퍼런스는 이 질문을 놓고 많은 전문가와 석학의 구상이 무한히 펼쳐졌다. 가까이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멀게는 미래 삶의 모습으로서 로봇은 뜨거운 이슈다. 콘퍼런스에서 나온 전문가, 석학의 강연과 국제로봇산업포럼에서 제기된 다양한 이슈를 소개한다.
◆로봇,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되려면
◇“로봇, 문을 활짝 열어야”=크레이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연구전략책임자(CRSO·수석부회장)와 탠디 트라우어 로보틱스 그룹장이 제시한 해법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PC나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참여자가 들어와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먼디 수석부회장은 로봇 시대의 도래를 확신했다. 로봇 기술이 이미 헬스케어와 교육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로봇 기술이 떠오르면서 기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멀티 코어 프로세스와 분산 연산 프로세싱 기술이 기술의 새 지평을 열면서 동시에 복잡성과 병행성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탠디 트라우어는 ‘MS 로보틱스 스튜디오(MRS)’가 해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MRS는 로봇 개발자들이 부딪치는 복잡성과 동시발생 상황을 정리하는 향상된 런타임을 제공한다.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에 기반한 이같은 런타임 플랫폼은 더 다양한 이용자, 하드웨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중력이나 마찰 등을 고려한 로봇 개발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이는 학생부터 전문가까지, 대형로봇부터 소형로봇까지 가상환경에서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로봇 비즈니스에 다양한 커뮤니티가 등장하는 효과를 내면서 로봇을 과거 PC 산업과 같이 견인해낼 수 있을 것이다.
●크레이그 먼디 MS 최고연구전략책임자(CRSO)= 레이 오지와 함께 빌 게이츠 이후의 MS를 이끌며 연구와 인큐베이션을 책임지고 있다. 이전엔 CTO로서 글로벌 기술, 비즈니스, 정책관련 전략을 총괄했다. 탠디 트라우어 로보틱스 그룹장은 MS가 로봇 분야 진입을 위해 독립적인 인큐베이션 조직으로 신설한 로보틱스 그룹을 맡아 MS 로보틱스 스튜디오 개발을 지휘했다.
◇“인간과 로봇, 소통하도록 디자인해야”=가정용의 다양한 개인로봇들이 최근 몇년간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은 허드렛일을 하거나 청소하는 일 등 다양한 용도를 갖는다. 이들 퍼스널 로봇은 전통적인 관점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디자인된다.
이들은 사회적인, 또는 인간과 로봇사이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기 일쑤다. 그 결과 로봇은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소통은 복잡해 지거나 간혹 실망스러워진다. 퍼스널 로봇의 신뢰성을 위해 로봇과의 상호작용은 보다 즐거워지고 직관적이 돼야 한다. 이는 애니메이션 분야의 기술과 로봇분야 기술을 융합함에 따라 달성된다. 필립스의 아이캣 유저인터페이스 로봇은 퍼스널 로봇을 위한 애니메이션 시스템을 제공한다. 애니메이션 시스템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미리 프로그램된 애니메이션과 센서 액츄에이터 콘트롤 알고리듬을 함께 만드는 그래픽툴이다. 두번째 부분은 콘트롤 알고리듬과 멀티 애니메이션을 부드럽게 조합해주고 돌아하게 해주는 리얼타임 애니메이션 엔진이다.
●알버트 반 브리먼 필립스 리서치 랩 선임연구원=필립스 연구소에서 엠비언트 인텔리전스 분야 연구를 해오다 필립스 로봇연구를 이끌어 왔다. 로봇 미들웨어 아키텍처와 인간로봇 상호작용 연구의 선구자다. 2004년 아이캣 유저 인터페이스 로봇을 개발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 제공하고 있다. 유러피안 로봇 플랫폼(EUROP) 설립에 참여했고 EUROP 이사회의 서비스로봇 의장을 맡고 있다.
◆로봇, 미래엔 어떻게 진화하나
◇“3세대 유비봇, 4세대 유전자 로봇”=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는 전자기기들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로봇도 유비쿼터스 개념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유비쿼터스 로봇, 유비봇은 각각 ‘소프트웨어 로봇(소봇)’, ‘임베디드 로봇(엠봇)’, ‘모바일 로봇(모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비봇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조용하고 끊기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형태로 개발될 수 있다.
카이스트 로봇지능연구센터는 △가상공간과 실재공산 사이의 연속적인 인터페이스 △소봇과 PC사이, 소봇과 모봇사이의 끊김없는 전송 △소봇과 엠봇, 모봇의 통합을 구현해 3세대 로봇으로서의 유비봇의 개념을 현실화했다. 이중 하나인 리티는 12개의 자유도를 가진 가상 3D공간의 인공 창조체다. 가상세계에서 쓰이는 가상의 센서와 PC에 달린 실제 세계의 센서를 모두 갖추고 있다. 센서가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리티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람과 교감을 나눈다.
인공창조물로서 로봇은 미래에는 4세대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genetic) 로봇을 등장시킬 것이다. 로봇이 사람과 같은 진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의 게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 코드는 사람의 DNA를 모델로 한다. 인공유전자 정보는 로봇에 부여된다. 이는 유전로봇의 성격을 나타내거나 다른 디바이스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쓰일 수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유비봇은 알라딘 램프의 지니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김종환 KAIST 교수=로봇 축구의 아버지로 유명하다. 카이스트에서 마이크로로봇 디자인 교육 센터와 지능로봇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로봇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는 로봇”=많은 로봇 개발자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다양한 지능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는 새로운 정보 미디어로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 오사카대의 ATR 지능로봇&커뮤니케이션 연구실은 오랜기간 동안 초등학교에서의 실험을 통해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로봇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인간과 로봇 사이엔 두가지의 관계가 있다. 하나는 대인간 관계이고 나머지는 사회적 관계이다. 대인관계에서 로봇의 등장은 새롭고도 중요한 연구주제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인간 사이의 관계형성을 다음 세대에는 로봇에게도 요구되게 된다. 이 두 가지의 이슈는 로봇에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게 해준다.
이 연구에서 이슈는 과학과 엔지니어링 사이를 연결하는데서 발생한다.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로봇의 겉모습과 행동은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항상 산업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겉모습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두개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하나는 로봇 분야에서, 하나는 인지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인지과학에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사람과 닮은 로봇을 만들려 노력하는 방법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이를 교차학제적 프레임워크라고 부른다.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99년 ATR 미디어 정보 과학 랩에서 인터랙티브 로봇 ‘로보비’를 개발했다. 이후 와카야마 대학 등에서 로봇 연구를 계속해 왔다. 현재는 오사카대에서 ATR 지능로봇 & 커뮤니케이션 랩을 이끌고 있다. 최근엔 인터랙티브 로봇, 안드로이드 로봇, 지각 정보 인프라 스트럭처 등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로봇산업포럼서 산업화 아이디어 봇물
‘보여주기 위한 로봇이 아니라 팔기위한 로봇을 육성하려면….’
로봇의 산업화를 주제로 내세워 열린 로봇산업포럼에선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산업연구원 정만태 연구위원은 로봇의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해 건설업체와 공동으로 로봇이 쓰이는 실내외 환경을 조성한 시범아파트 건설과 로봇랜드 조성을 제안했다. 로봇과 연계한 u시티 구상과 맥이 닿아있는 구상이다. 또 개인 전문서비스 로봇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구매 관련법과 건축법, 소방법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로봇 구입자금에 대한 저리융자 제도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경우 청소 경비 등 서비스로봇을 활용해 신규사업을 벌이는 사업자에 저리융자를 해주고 있다.
로봇공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 학과 개설과 외국 연구그룹간 공동연구를 통한 인력유치도 제안됐다.
산업은행 기술평가원 이석종 팀장은 연구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기술 개발 단계와 시제품 개발단계를 밟고 있는 로봇 기업에 대해 초기기술사업화 투자 제도를 활용한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금융 환경이 취약한 초기 기술사업화 기업에 대한 선도적인 지원으로 혁신형 중소 벤처기업의 사업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기술경영, 기술성, 시장성, 사업화 가능성 등이 평가 대상에 오른다.
박명환 로봇밸리 사장은 경남지역 사례를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로봇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경남 지역은 자동차, 조선해양, 정보통신 기기 등 산업용 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로봇 기술개발 전략의 선택과 집중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게 강점이다. 조선 자동화를 목표로 한 선박제조용 로봇 개발과 수중로봇 상품화를 위한 산업용 수중로봇, 정보통신 기기 적용 위한 휴대폰 조립로봇 및 렌즈 제조 검사로봇 개발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세부 과제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성장하는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자동화, 지능화, 고정밀화 추세를 따라잡는 모델이다.
부천의 경우는 수도권의 입지를 십분 살려 가장 많은 수의 로봇 전문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 스포츠와 로봇 전시, 로봇 교육 사업 등을 다각도로 펼치며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최근엔 다른 지자체와 연계한 다양한 가능성에 주력하고 있다. 부천산업진흥재단 홍대의 대표는 로봇 전문기업 육성과 로봇스포츠, 로봇전시장을 통해 만들어낸 지역 로봇산업 거점 마련 사례를 소개하고 로봇 경기장 신설 등의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로봇산업포럼은 국내 로봇 전문가들이 로봇의 산업화를 목표로 만든 포럼으로 올해 사단법인화를 거쳐 매년 포럼을 개최하고 분야별 이슈를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