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공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름과는 달리 가을이라는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유난히 맑고 높은 푸른 하늘이다.
가을 하늘은 봄이나 여름, 겨울의 그것과 또 다르다.
130년 전만 해도 과학기술자들은 하늘이 푸른 이유를 잘 몰랐다. 막연히 대기를 통과하는 빛의 굴절과 반사 정도로 이해했다. 정확한 원인은 1871년 영국의 존 윌리엄 스트럿에 의해 이론적으로 구명됐다. 이는 태양 빛의 자외선이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 분자에 부딪혀 사방으로 재방출되면서 파장이 상대적으로 짧은 파란색이 심하게 산란되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
푸른 빛은 파장이 머리카락 굵기의 250분의 1가량인 400㎚로 붉은 빛의 파장 640㎚에 비해 산란율이 6배 크기 때문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해질녘과 해뜰 무렵의 하늘이 붉은 이유도 같은 이론으로 설명된다. 태양이 지구와 더 멀어진 거리를 통과하면서 푸른 빛은 거의 다 산란돼 대기중에 흡수되고 지구 가까이에 도달하는 빛에 붉은 색이나 주황색 파장만이 남아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산란현상은 근대 물리학자들을 괴롭히던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는 구명과 관련이 깊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라는 논문에서 얇은 금속판에 빛을 쏴 금속의 자유전자가 튕겨 나오는 것을 보고 ‘빛은 입자기도 하다’는 광양자설을 내놔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사계 가운데 유독 가을 하늘이 더 높고 파란 이유는 대륙에서 다가오는 건조한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대기중의 미세먼지 함유량이 극도로 적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빛과 공기의 마술인 셈이다.
요즘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투서와 동호회 주택 건립 문제, 연구비 부당 지급, 낙하산 인사 등으로 혼쭐이 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을 하늘에 과학기술자의 양심을 비춰보는 장비라도 개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경제과학부·박희범 차장@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