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신문주 행정자치부 지방혁신인력개발원 혁신센터장은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가 참여정부 들어와서 성공한 정책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류임철 중앙인사위 균형인사과장 역시 “균형인사 측면에서 과학기술 인력 확대가 목표에 가장 근접하게 추진되고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지난 9월 20일 열린 제7회 과실연(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에서였다.
실제로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4급 이상 기술직·이공계 임용률’은 지난 2004년 28.9%로, 목표인 27.9%를 1%포인트 넘어섰다. 작년에도 임용률이 29.5%로, 목표인 29.1%를 상회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08년에는 실제 임용률이 목표인 34.2%를 훨씬 넘어설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성공적’임을 자랑하던 기술직·이공계 임용률이 이번 국감에서 핵심을 비켜간 평균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에서 인사위가 밝힌 자료에서는 4급 이상을 통틀어서는 분명히 늘어났고 목표를 초과했으나 최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1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밝힌 자료에서는 1급 기술직·이공계 임용률이 지난 2004년에는 24%였으나 작년에는 이보다 훨씬 줄어든 21.62%였다. 중앙인사위가 그동안 4급 이상 평균으로 내용을 포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공계 학생들과 기술직·이공계 공무원들로서는 4급 이상 평균 임용률이 목표를 초과했다는 것보다는 최고위직인 1급 비율이 2.4%포인나 떨어졌다는 점을 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1급 이공계 진출이 줄어든 것은 참여정부의 국정지표인 ‘과학기술 사회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공직사회의 이공계 우대와 관련해 몇 %를 채용하겠다는 양적인 수치에만 집착하지 마라. 관리자로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양성해 과학기술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정책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4급 이상이 정부 내에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인만큼 정부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게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적에서나 일반인의 상식과 정서상으로는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의 핵심은 양보다는 질에 있다. 즉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급격하게 낮아지는 기술직·이공계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인사위는 이를 두고 고위직 후보의 절대 수가 아직은 현격히 적은 탓이라고 해명하고, 기술직 고위 공무원 후보가 늘어나게 되는 10년에서 20년 후에는 이 같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처음 구성된 고위공무원단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이 말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40개 부처에서 선발된 128명 후보 중에서 기술직은 단 13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무원단 후보에서 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0.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3·4급 기술직·이공계 공무원들이 고위공무원단 후보로 선발될 확률은 행정직·인문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뜻이다. 현재 3000여명에 이르는 3·4급 공무원 중에서 기술직·이공계 비율은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고위공무원단 후보 인선 기준에 문제가 있거나 기술직·이공계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1급 이공계 보직확대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공계 출신이 상경계보다 많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라 정책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월간 현대경영이 지난 4월 국내 100대 기업 CEO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공계 출신이 57명으로 상경계 56명보다 한 명 많았다. 기업 경영에서 이공계 출신이 더 필요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가 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