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수출 `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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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찾았다. 유럽 최대 방문판매 회사인 젭터사와 정수기 수출계약에 사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기, 청호나이스도 중국 미디어를 방문해 정수기 합작사 설립에 관한 막바지 조율을 했다.

 정수기 업계가 해외로 나가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세계 식수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음용수 시장 규모는 대략 1조7000억원. 이 가운데 정수기가 1조원으로 절반 이상이다. 이에 비해 유럽과 미주지역 등 외국 정수기 시장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생수 선호도가 높은 탓이다. 따라서 국내 정수기 업체의 해외 진입 장벽도 높아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국내에는 보편화돼 있는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의 효능을 세계 전문가들이 인정하면서 우리 정수기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계약 줄이어= 웅진코웨이는 최근 네덜란드 젭터사와 100억원, 6만여대 정수기 공급 계약을 했다. 웅진코웨이가 체결한 단일 수출 계약 규모로는 최대다. 하지만 이것은 초도물량이고, 젭터가 10만명 판매 인원에 유럽내 30개 법인을 보유한 유럽 최대 방문판매 회사임을 감안하면 연간 물량은 2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웅진코웨이는 독일 BSH(보쉬지멘스), 영국 PHS워터로직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정수기 공급을 추진중이다. 동양매직·원봉 등 중소 정수기 제조사도 미주와 중동 지역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동양매직은 2년 전부터 디스펜서 정수기를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 중동지역 물량만 월 300대에 이른다. 내년에는 규모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제휴하자’ 본격화= 올 초부터 중국 미디어그룹과 합작공장 설립건을 추진해 온 청호나이스는 다음달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청호나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정수기를 생산, 중국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황종대 청호나이스 부회장은 “미디어는 중국 정수기 시장의 메이저 회사지만 냉온정수기·얼음정수기 기술을 보유한 청호나이스와 협력을 원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든 중국 미디어와 협력해 청호나이스가 중국으로 진출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도 힘을 싣기 위해 연내에 중국 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로써 웅진코웨이는 2007년 수출 1억달러, 2009년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8월 삼성전자 출신 해외통인 홍준기 사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하고 홍 사장과 호흡을 같이한 이인찬 상무도 해외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전력을 정비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문화 진출의 선봉장=정수기 수출은 이제까지 내수에만 의존해 온 정수기 업계의 새로운 판로 개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적어도 두 집 건너 한 집은 정수기를 사용할 정도로 포화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하다.

 특히 정수기가 각국의 식습관과 직결된 대표적인 문화 상품임을 감안할 때 정수기 수출은 우리 문화 진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활가전 제품은 각 국의 문화와 맞물려 공략이 어렵지만 한 번 뚫리면 문화를 파급시키는 첨병이 될 수 있다”며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정수기 수출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물을 우리가 공급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