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 애니메이션 할당제 폐지

 가뜩이나 환경이 열악한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입지가 정부의 지원의지 약화로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극장용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할당제를 도입해온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년부터는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999년부터 ‘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을 실시하면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쿼터 개념을 도입, 매년 1편을 지원작으로 선정· 지원해왔으나 내년부터는 이를 없애고 실사영화와 함께 경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할당이 없던 시절에도 ‘마리이야기’나 ‘오세암’은 실사 영화와 경쟁해 선정됐다”며 “할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며 작품성만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영진위는 현재 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에 고작 2∼3편을 지원하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타프로젝트’에 장편 애니메이션이 몰리고 있어 폐지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타프로젝트의 경우 선정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2003년 제이팀스튜디오의 ‘아치와 씨팍’ 이후 자취를 감췄다. 결과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스타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콘텐츠진흥팀 관계자는 “TV 시리즈물이라도 나중에 극장용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애니메이션 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려면 상업적으로 성공작이 나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좋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 위한 방법론적 차원에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애니메이션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논리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이를 강조하다 보면 ‘장삿거리’가 없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부 정책에 빈자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유수련기자@전자신문, penaga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