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세대 금융시스템, 해외시장 조준 활시위 당긴다

 국내 차세대 금융 시스템의 해외시장 개척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차세대 금융 시스템 수출은 단위 업무시스템 수준을 넘어 금융기관의 IT신경망에 해당하는 기간 시스템을 패키지화해 일괄 공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IT를 통한 수익창출은 물론이고 무형의 금융 서비스 수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금융IT 업계에 따르면 농협·기업은행·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 등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중이거나 완성한 금융기관들이 향후 관련 시스템의 해외시장 공급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등 국내 금융IT 시스템의 수출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나섰다.

 차세대(신)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중인 농협은 2008년 시스템 완성 이후 수출을 염두에 두고 협력사와 공조 등을 통한 수출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 향후 개발될 차세대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개발툴을 이용해 코딩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패키지화해 해외시장 공급을 꾀할 예정이다.

 ‘동북아 최고 자본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KRX도 2009년초 차세대 시스템 완성에 앞서 아시아 증권시장을 필두로 한 수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매매 수수료 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나아가 해외거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 7월 KRX는 말레이시아거래소가 매매 시스템 개발을 위해 발주한 국제 경쟁입찰에서 해외 유수업체들을 밀어내고, 현재 인도 타타그룹과 수주전을 펼치고 있어 이 같은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KRX 해외사업추진단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증권시장을 겨냥한 IT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향후 중동·남미 등으로 공략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04년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한 기업은행도 수출 길을 내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최근 메인프레임 환경의 차세대 시스템을 그대로 유닉스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기업은행은 이를 국내외 관련 업계에 벤치마킹모델로 제시하고, 해외 공급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유닉스 시스템 구현으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등 플랫폼에 관계없이 기업은행의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재화 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2년 가동한 차세대 시스템의 성능과 효과, 표준성 등에 대한 안팎의 충분한 검증과 인정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테메노스·IBM 등 협력사들과 마케팅 공조를 통해 중국·말레이시아·태국 등 해외시장 수요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