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과 함께 올 온라인 게임 시장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R2’가 본격 상용화 모드로 전환한다. NHN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R2’의 상용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집중적인 준비와 함께 현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 달 초, 늦어도 다음 달 말에는 상용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NHN이 ‘아크로드’의 실패를 거울삼아 야심차게 개발, 기대 이상의 인기몰이에 성공한 ‘R2’가 상용화 후 어느 정도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지 4분기 게임 시장의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NHN측이 다음 달 중으로 ‘R2’ 상용화 일정을 잡은 것은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다음달 9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쇼인 ‘지스타2006’을 계기로 온라인 게임 시장의 붐업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 겨울 블록버스터급 대작 MMORPG들의 등장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더 늦어질 경우 자칫 상용화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심도있게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월3일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지 약 100일 정도 후에 상용화하는 셈이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판단이란 분석이다.
‘리니지류로 다시 회귀한’ 작품이란 외부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 뛰어난 완성도와 오픈베타부터 공성전에 특화한 전략을 바탕으로 여름시즌 이후 MMORPG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R2’.
오픈베타 이전까지만 해도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썬’ 등 이른바 블록버스터 기대작 ‘빅3’의 네임 밸류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픈하자 마자 보란듯이 예상을 뒤엎고 돌풍을 일으켰던 ‘R2’ 열기가 상용화 이후에도 계속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NHN이 ‘R2’ 상용화에 고삐를 당기가 시작하면서 업계와 게이머들의 관심은 자연히 서비스 방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액제냐, 아니면 아이템 및 부가 기능 판매 방식의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
NHN게임스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부분 유료화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다만 애초에 정액제로 기획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부분 유료 방식으로도 서비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부분 유료 서비스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들어 정액제 서비스를 실시한 MMORPG 중에서 ‘로한’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둔 작품이 없는데다 그나마도 ‘카발온라인’ ‘RF온라인’ 등 정액제로 서비스돼온 게임들이 줄줄이 부분 유료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MMORPG 마케터는 “‘R2’가 정액제로 ‘로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엔 웬지 임팩트가 2% 정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NHN이 정액제 서비스 경험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R2’가 NHN 게임사업부문의 희망이란 점에서 정액제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로한’은 오픈베타 당시 PC방 인기순위에서 톱10을 유지했으나, ‘R2’는 이 벽을 넘지 못했다. 경쟁작인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정액제 서비스 이후 인기가 급락한 것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정액제든 부분유료든 ‘R2’의 상용화 이후 성적표는 NHN의 자존심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사실 NHN은 엔씨소프트, 넥슨, CJ인터넷, 네오위즈 등과 업계 ‘빅5’로 분류되지만, 순수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한(恨)이 많다. 100억이 훨씬 넘는 뭉칫돈을 쏟아부어 개발, 작년초 야심차게 내놓은 ‘아크로드’가 흥행에 참패한 데다 ‘당신은 골프왕’ ‘권호’ ‘건스터’ ‘바우트’ 등 캐주얼 게임들도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게임포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중인 라이벌 네오위즈와 CJ인터넷이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퍼블리싱으로 대박을 터트린 탓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지난 상반기에 빅히트작인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 위안을 삼고 있지만, 그동안 수 백억원을 투자해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한 게임으로 제대로 재미를 보지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R2’의 성공적인 상용화가 간절할 법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NHN이 한도 한이지만, 웹보드게임 지존 ‘신맞고’ 외에 ‘킬러 콘텐츠의 부재’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한게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R2’의 성공을 갈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2’의 성공 여부는 또 향후 NHN의 온라인게임 사업 향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NHN은 올들어 검색광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게임부문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
최근 김범수 사장이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미국 사업에 올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R2’ 마저 부진한 결과를 낸다면 게임 사업 부문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2’의 상용화는 ‘리니지’·‘뮤’·‘리니지2’·‘로한’ 등 정통 팬터지 MMORPG의 대박 계보를 이어가느냐의 관점에서 봐도 흥미롭다. 그동안 수 많은 MMORPG들이 오픈 베타 이후 높은 인기를 누리다 상용화 이후 인기가 급전직하하며 스러져갔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포스트 리니지’를 꿈꾸며 올해 잇따라 출시된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등 블록버스터급 대작들도 이루어내지 못한 대박 계보를 ‘R2’가 과연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일단 ‘R2’가 상용화 이후까지 지금의 여세를 이어간다면 최소한 중박 이상의 결실을 맺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액제냐 부분 유료화냐에 따라 파이가 달라지겠지만 설령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상용화한다해도 만만찮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R2’가 국내 MMORPG 시장의 어쩔 수 없는 흥행 코드인 아이템 거래 기반의 게임인데다 공성전 등 대규모 전투에 기반한 게임성 자체의 완성도와 유저 로열티가 높아 적절한 유료화 모델만 제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온라인 게임 흥행 지표인 PC방 점유율면에서도 ‘R2’는 지난 11일 현재 2.39%의 점유율로 ‘로한’ ‘썬’ 등 경쟁작을 제치고 11위에 랭크됐다.
문제는 ‘헬게이트:런던’ ‘아이온’ ‘프리스톤테일2’ 등 올 겨울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매머드급 MMORPG들의 후폭풍을 어떻게 피해가느냐는 점.
현재로선 이들의 오픈 시점이 내년 1분기말이나 가능할 전망이지만, 만약 조기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면 ‘R2’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2’가 과연 상용화에 성공하며 NHN의 한을 푸는 동시에 빅히트 MMORPG의 맥을 이어갈지 사뭇 궁금하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