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지상파방송사·이동통신사업자·자동차회사가 공동 개발한 지상파DMB 기반 교통정보서비스(TPEG)용 내비게이터에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품질 불량으로) 공식사이트에 질문을 올렸지만 답변도 공지도 없다”며 “제품을 팔고 한 달도 안 돼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라는 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의 소비자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 단말기에 대한 불만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TPEG 서비스 오류와 GPS 수신 등 품질 문제 제기다. 지금 상황을 보면 이들 기업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와 품질을 시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소비자 불만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TPEG 상용서비스를 위한 수신제한시스템(CAS)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 있다. 그런데도 이 단말기 판매를 담당하는 이동통신사업자는 TPEG가 상용화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판매 사이트에는 ‘세계 최초 TPEG 다이내믹 내비게이션(상용서비스 제공예정)’이라는 문구까지 보인다.
그러나 지난 9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DMB CAS만 인정하기로 결정해 TPEG를 위해서는 새 CAS를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TPEG이 상용화되더라도 새 CAS가 적용되면 현재 판매되는 단말기로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판매담당자는 업그레이드로 상용화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CAS는 업그레이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에게 아무런 주의 없이 TPEG 적용 단말기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단말기 공동 개발에 나섰던 지상파방송사와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단말기 판매를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단말기를 개발한 3사는 각 분야 대표 기업이다. 이들이 소비자의 피해가 뻔히 보이는데도 무시하고 사업을 하는 것은 분명 기업윤리에서 벗어난 일이다. “사실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정부 규제 이전에 기업의 도덕성 문제”라고 지적하는 정통부 관계자의 말을 굳이 이들 기업에 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IT산업부·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