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갑 현대정보기술 부사장
FTA 환경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는 경제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놓여 있고 북한 핵 문제로 온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네덜란드의 도전 극복 정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라는 단어는 낮은 땅(low land), 독일어로 땅이 없다(netherland)는 뜻이다. 잘 알다시피 힌스라는 소년이 방파제에 구멍이 나자 팔뚝으로 막고 밤 새워 추위와 싸우면서도 마을과 나라를 지켜낸 역사를 가졌다. 국토의 4분의 1이 간척지고 풍차로 24시간 물을 퍼내야 국토가 유지되는 척박한 나라다. 그러다 보니 “신이 지구를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이 만들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 나라는 북쪽으로는 바이킹의 해상침략의 목표였으며 동쪽으로는 프랑크족, 서쪽으로는 영국, 남쪽으로는 스페인과 프랑스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당해왔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에 의해 폐허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300년 동안 유럽 열강으로부터 크고 작은 침략을 받으면서도 1602년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해상무역으로 아시아 상권을 지배했다. 이 나라 사람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한 것은 1653년이다.당시 영국은 청교도혁명으로 시끄러웠고 독일은 30년 전쟁 중이었다. 또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를 옹립했으며, 중국은 국호를 후금에서 청으로 바꾸는 등 어수선한 시기에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이루었고 세계로 상업적 입지를 확보해 나갔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이런 네덜란드가 통신부문을 민영화하고 정보통신 인프라를 확충, 이용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이로 말미암아 1994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전자통신망을 운용하는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전자업체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연매출 304억유로, 전 세계 60개국에 16만명에 육박하는 종업원 규모를 자랑하며 오직 품질과 고객만족으로 세계 경제 블록화에 영향받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북한의 핵 실험, FTA, 전시작전통제권, 6자회담,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방법은 오직 네덜란드인처럼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으로 세계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일일 것이다. 21세기 신경제 시대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두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는 2만여 중소기업과 2000여 IT기업의 저력으로 시대적 사명인 해외시장 개척에 온 힘을 기울여야겠다. 우리에게는 이미 하멜보다 800년이나 앞선 신라시대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상무역을 진두지휘했던 장보고가 있지 않은가.
둘째, 새만금을 국가 경쟁력의 견인차로 활용하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33㎞의 방조제를 설치해 2만8000㏊의 토지와 1만1800㏊의 담수호를 만드는 사업으로 약 1억2000만평의 국토를 확장, 한반도의 지도를 바꾼 대역사다.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토지를 1200년 전 장보고가 설치했던 현대판 청해진으로 만들고 여기에서 생산·유통되는 모든 서비스와 재화에는 세계무역의 중심지 두바이에서 하듯이 면세혜택을 줘야 한다. 또 국내외의 모든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특별무역자유지구로 지정해 첨단 IT인프라와 SOC를 건설, 세계 유수 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필립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네덜란드처럼 우리도 쉽지 않은 대내외 경제, 정치적 어려운 여건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로서, 나아가 세계가 주시하는 저력을 가진 국가로 변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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