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공부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공학교육은 그 목적이 문제 해결에 있기 때문이다.
공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문제에 당면했을 때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를 푸는 방법만을 생각한다. 주변의 다른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문제의 해결 방안도 쉽게 찾게 된다. 평생을 이렇게 자기 주변에 있는 자신의 일, 남의 일들을 많이 해결해 오고 또 해결해 주며 살다 보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워진다.
반면에 공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 능하다.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그 문제가 풀리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기 때문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TDX와 CDMA 과제를 수행했을 때의 일을 상기해 보고 얻은 결론이다. 이 두 과제의 공통점은 과제가 거의 끝나 갈 즈음에는 꼭 연구사업 관리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소 밖에서는 연구활동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정보통신 분야의 연구는 극히 제도적인 연구절차(워크 메서드)에 의해 진행된다. 개발 단계별로 엄격한 규격과 시험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 단계시험, 현장시험, 상용시험을 거쳐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비로소 상업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실험실에서 될까 말까 한 상태에서 상업용 서비스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제도는 연구소가 먼저 알아서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연구소에 가르쳐 주어서 실시하는 게 아니다.
물론 연구소 밖의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안해지는 게 사실일 것이다. 연구 책임자가 철저한 워크 메서드를 개발해 연구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관련자에게는 연구 책임자가 항상 연구가 잘 진행된다고 하는 대답의 신빙성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쯤에서 외부에서는 연구소에 연구진도를 확인하는 밀사를 보내게 된다. 이 밀사는 연구소에 와서 연구원들과 연구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된다.
연구원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크게 부풀려서 밀사에게 설명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 배후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원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밀사는 그 자신감을 감지하지 못하고 다만 엄청난 미해결 문제만을 보게 된다. 이렇게 이 밀사가 연구소에서 만나는 모든 연구원에게서 엄청난 문제들만 설명 듣다 보면 그만 놀라 돌아가서는 ‘이 연구는 미 해결 문제가 너무 많아서 이대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하게 된다. 이렇게 돼 연구소 밖 사람들은 갑자기 강력한 연구사업 관리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연구원은 문제를 가지는 것이 즐거움이며 자랑인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문제를 가지는 것을 고난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고민하는 공학적인 시도가 보편화된다면 더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