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저장장치를 잡아라]스토리지-경쟁구도, 용량에서 솔루션으로

[차세대 저장장치를 잡아라]스토리지-경쟁구도, 용량에서 솔루션으로

 스토리지의 진화와 영토 확장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용량. IBM이 1956년 9월 IBM350 디스크 스토리지 유닛을 선보였을 때, 저장 용량은 5메가바이트.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 이미지를 저장하기도 벅찬 수준이었다. 올해 8월 선보인 IBM 시스템 스토리지 ‘DS8000 터보’는 320테라바이트까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구겐하임·루브르·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 이미지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는 게 IBM의 설명. 후지쯔가 내놓은 하이엔드급 스토리지인 ‘이터너스8000’은 무려 1.32페타바이트까지 확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대형 용량을 하나의 저장소(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가상화 기술과 클러스터 기술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히타치데이타시스템즈(HDS)의 태그마 스토어 USP는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면 32페타바이트까지 확장할 수 있다. 클러스터 스토리지업체인 아이실론의 ‘IQ시리즈’는 단위 시스템을 추가해 연결하는 방식으로 1페타바이트까지 단일 볼륨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토리지 업계의 하드웨어 용량 진화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영토 확장’이다. 스토리지 업계가 백업·복구·아카이빙·기업콘텐츠관리·컴플라이언스 등 새로운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샤베인-옥슬리’라는 회계규정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올해 말 탄생할 ‘세계 최초 공인전자문서 보관소’가 이러한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효성인포메이션 류필구 사장은 “스토리지는 이제 단순한 대용량 저장 장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솔루션의 기능이 복합된 스토리지 솔루션으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중요한 생산 단위로서 비즈니스 가치가 부각되고 있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스토리지 업체들이 전문 솔루션 벤더(ISV)과의 긴밀한 제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EMC는 2003년부터 VM웨어·스마츠·다큐멘텀·레카토 등 48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24건의 인수합병에 나섰다. 최근에는 데이터 보안 서비스업체인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를 1억7500만달러에 인수했고 이에 앞선 지난 6월에도 인터넷 보안 업체인 ‘RSA 시큐리티’를 21억달러에 인수했다.

 IBM도 지난 8월 기업용 콘텐츠관리(ECM)시스템 업체인 파일네트를 15억달러에 인수해 조직 통합에 나섰고 넷앱도 지난해 스토리지 보안업체인 데크루를 인수했다.

 HDS코리아 국내 총판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도 솔루션업체와 독자적인 제휴를 공격적으로 체결하면서 솔루션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백업업체인 리버베드, DB솔루션업체인 아우터베이, 복구 솔루션업체인 리비비오 등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단독 제휴를 맺은 협력사들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테이프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ADIC를 인수, 덩치를 불린 퀀텀은 테이프 분야만 집중해왔던 그동안의 사업 포토폴리오를 과감하게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디스크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고 데이터 백업 및 복구·아카이빙·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 본격적인 정보수명관리(ILM)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한 것.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스토리지 업계의 움직임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대규모 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스토리지 업체들은 모두 정보 인프라와 유틸리티 컴퓨팅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EMC 이만영 상무는 “EMC는 정보 저장 기업에서 정보 관리 기업, 최근에는 정보 인프라 기업으로 발전해나간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면서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의 단위 데이터들을 통합하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를 사용하고 관리한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기대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모델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HP 최준근 사장은 “IDC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기업이 지출하는 전산실 운영 및 관리 비용이 기술 비용 자체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며 “현재의 노동집약적인 전산 환경을 연중 무중단·자동화·유틸리티 컴퓨팅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