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비즈니스주간 2006]e비즈 10년, 세상을 바꾸다

 중견기업 A사. 기업 회계·재무는 물론 영업, 구매, 생산, 재고관리까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처리한다. 매주 월요일 이 회사 경영진은 ERP를 통해 취합된 데이터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도구와 리포팅툴로 가공된 자료를 보며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국내외에 있는 모든 직원들끼리는 사내 인트라넷으로 연결돼 있으며 주요 납품처와는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공급망 관리를 하고 있다. 수출업무도 EDI를 통해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IT에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는 기업이라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RP를 쓰고, 고객관계관리(CRM)를 얘기하고, 전자상거래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보편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1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10년 전만해도 그룹웨어를 사용하는 기업도 그다지 흔치 않았다. ERP는 생소하기만 한 단어였다. 2000년을 전후로 B2B와 e마켓플레이스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처음 거론되기 시작할 때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의문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A사의 사례처럼 예측 가능한 모든 업무가 전자화되고 시스템화됐다. 단순히 과거 비즈니스를 자동화한 것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생산성 혁신까지 불러온 것이다.

 e비즈니스 도입 10년은 이렇게 세상을 바꿔놓았다.

 전자상거래 규모는 벌써 300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상거래 총 규모가 1500조∼2000조원이니 20%에 근접하는 수치다.

 김우봉 건국대학교 교수는 “3∼4년 후에는 40∼50%가 전자상거래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붐을 타고 B2C 전자상거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인터파크는 이제 G마켓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했다. NHN은 설립 7년만에 2위 기업이 넘보지 못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 소모성자재(MRO) 기업들은 연간 거래규모 1조원을 바라보고 철강, 제지 등 굴뚝업종의 B2B e마켓플레이스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e비즈니스의 진정한 위력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했다는 데 있다.

 96년 10조원을 조금 넘을 정도였던 현대자동차 매출은 지난해 27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는 더욱 극적이다. 96년 15조원 대의 매출 수준이 지난해 무려 57조원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두 기업은 58조원이라는 놀라운 부가가치를 창출했을까.

 끊임없는 기술혁신, 인재양성, 성장동력 발굴 등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기존 비즈니스를 e비즈니스화하는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면 이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e비즈니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것처럼 e비즈니스는 기업은 물론 개인, 국가 등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을 원하는 곳에서라면 필수불가결한 키워드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e비즈니스 활용 격차는 여전히 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은 스스로 알아서 e비즈로 혁신하고 또 혁신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핵심업무는 커녕 기본 서비스조차 e비즈화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e비즈를 껄끄럽게 여기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또 e비즈를 통해 경영을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려하기 보다는 e비즈니스를 만능으로 생각하고 뭔가 하늘에서 떨어질 것으로 착각하는 경영자들도 눈에 띈다.

 e비즈니스 시장과 산업이 커졌는데도 공급자 구조가 취약한 것도 문제다. e비즈 솔루션 분야는 여전히 외산제품이 시장을 다수 장악하고 있고 ASP 등의 e비즈 서비스 역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B2B 분야에서는 대기업 그룹사를 주주사로 갖고 있는 일부 MRO e마켓 이외에 자생력을 갖춘 업체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 활성화된 B2C는 내수모델에 그치고 있다. 기반기술 취약과 수요와 공급의 생태시스템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의 e비즈 산업육성은 지난 3∼4년간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예산까지 축소되면서 e비즈 정책 실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제 한번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정부는 너무 일찍 힘이 빠져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산자부가 올해 전자상거래과를 디지털혁신팀으로 바꾸고 IT혁신네트워크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는 등 변화의 조짐들이 있지만 아직은 성공여부를 단언하기에 이르다.

 e비즈니스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제까지의 성과에 안주해 5년전, 3년전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가 기업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20돌을 내다보며 쉼없이 변신해 기업을 추동하는 강한 자극제가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있다.

 26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e비즈니스 주간 2006’이 새로운 e비즈니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