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거버넌스하는데 이게 새로운 개념인가요. 어차피 핵심은 IT를 잘 활용해서 기업 경쟁력의 수단으로 삼자는 거 아닌가요.”
IT거버넌스가 부각되자 ‘의미는 비슷한데 자꾸 새로운 IT용어만 나온다’며 불평하는 모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IT거버넌스의 의미는 절반만 맞다. IT거버넌스는 IT자원의 ‘개별 활용’보다는 ‘효율적인 통제관리’에, IT를 단순한 기업 경쟁력의 ‘수단’보다는 ‘경영전략의 핵심요인(key factor)’으로 본다는 관점이다.
IT거버넌스는 모든 기업내 IT자원의 효율적인 통제관리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의 IT관리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철저히 경영전략의 관점인 것이다. IT거버넌스는 IT를 경영전략의 ‘파트너’,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이끄는 ‘동인(driver)’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IT거버넌스를 고민해야하는 주체도 IT담당 부서가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며, 기업 이사회다.
IT거버넌스가 e비즈니스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파악하는 e비즈니스의 기본 문제의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진화에 따라 지능화·고도화·연계화가 더욱 요구되는 e비즈의 미래 청사진을 IT거버넌스를 통해 달성시킬 수 있다. IT서비스관리포럼인 itSMF코리아 황경태회장은 “e비즈니스는 비즈니스 모델 구조상 많은 부분이 IT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IT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e비즈니스 성과를 높이는 핵심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난 10∼20년동안 ERP, CRM, SCM과 웹사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신규 IT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치중해왔지만 이들 IT자원이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추동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다. 또 최근 금융권의 바젤Ⅱ, 회계업무를 위한 XBRL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법·제도에 부합하는 업무절차를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IT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MIT슬론대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전략적 목표가 같을 경우 IT거버넌스 체계가 잘 이뤄진 기업의 성과가 20% 가량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경우 포춘 500개 기업 중 32%가 이사회 수준에서 IT전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29%는 이사회로부터 IT전략 승인을 받고 있는 등 이미 많은 기업이 IT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전사적인 관점에서 IT거버넌스 수행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2년전 자료이긴 하지만 연세대 정보대학원이 조사한 ‘국내 기업들의 IT거버넌스 인식 및 수행수준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는 65%의 기업이 CIO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으며, IT가 이사회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IT거버넌스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IT프로세스를 체계화해야하고 현재 IT분야 성숙도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IT거버넌스 체계를 지원하기위해 각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의 역할과 책임, 비즈니스 모델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CobiT(Control OBjectives for Information and related Technology) 프레임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IT거버넌스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T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과 IT를 전사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는 마인드이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도구이자 수단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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