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화섬 공장 "전자소재 업체로 변신"

경북 구미 지역의 화학섬유 업체들이 전자소재 업체로의 변신을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전자재료 생산기지로 변모중인 제일모직 구미 사업장.
경북 구미 지역의 화학섬유 업체들이 전자소재 업체로의 변신을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전자재료 생산기지로 변모중인 제일모직 구미 사업장.

 경북 구미 지역의 화섬업계가 전자소재 분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화학섬유 분야는 전통적으로 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전자와 함께 구미의 양대 대표산업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대형 화섬 및 화학 업체들이 전자소재 분야에 힘을 쏟으면서 화섬에서 전자소재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구미가 첨단 부품소재에서 완제품까지 함께 생산하는 첨단 산업 클러스터로의 변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섬에서 전자소재로=구미 공단의 터줏대감인 화섬 공장들이 전자소재 라인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은 본래 섬유를 생산하던 구미 공장에 전자재료 부문의 생산 라인을 일원화하기로 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구미 공장에서 2차전지 전해액과 전자파차폐재·CMP슬러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듀폰과의 합작사인 SD플렉스의 FCCL 공장도 구미에 있다. 섬유·직물 부문은 핵심 공정을 제외하곤 대부분 분사·이전 등을 통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전자재료 분야 신사업은 구미에서 모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마이크론(대표 조영환)에 인수된 효성의 옛 공장 부지는 최근 LCD구동드라이버IC 기판으로 쓰이는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 공장으로 변신했다. 도레이새한(대표 이영관)은 4억달러를 투자, 구미 공장에 PDP용 광학필름·편광판 이형필름·2층FCCL 등 전자소재 공장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코오롱(대표 배영호)은 기존 나일론 및 비디오테이프 라인을 LCD·PDP 소재 및 폴리이미드필름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새한(대표 박광업)도 기능성 필터 등 산업용 소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변신이 살 길=구미의 변신은 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전자산업의 빠른 성장과 중국의 추격 및 경쟁 격화로 인한 화섬 산업의 위기가 맞물려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구미가 PDP 등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생산 기지로 부상하면서 전자 업체들은 부품소재의 현지 공급 요청이 절실해졌다. 업체 간 과당 경쟁과 저가 중국 제품 공습에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해 가던 화섬 업체들은 급증하는 전자산업 수요에 대응, 전자소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화섬 관련 기술은 전자소재용 필름이나 코팅 기술과 일맥 상통해 화섬 업체들이 기존 노하우를 갖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구미 공단이 전자소재 생산 기지로 떠오르면서 휴대폰·디스플레이 패널 등 완제품과 부품소재까지 일관 생산체계의 클러스터 조성 효과가 기대된다. 또 국내 소재 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구미시청 기업사랑본부 관계자는 “구미 공단 조성 초기엔 화섬 업체 수가 전체의 50%를 차지했으나 최근엔 10% 미만으로 내려갔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변신에 나서면서 화섬 분야의 빈 자리를 전자소재 산업이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