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에서의 경험과 현대오토넷과의 거래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난 7월 국내 한 벤처 기업이 지멘스 VDO 트레이딩, 보쉬 블라우풍트에 올 상반기에만 내비게이터 17만 대를 수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관련 업계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해외 유명 기업과의 거래 자체도 놀라웠지만 ‘국내에 그렇게 많이 내비게이터를 수출해온 업체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배윤성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사장(47)은 성공 비결을 묻자 자세를 낮췄다.
“2004년 말부터 유럽에 눈을 돌렸습니다. 당시 현대오토넷과의 거래가 끝나가는 시점이었는데 유럽 대우 사람들을 통해 지멘스와 보쉬에 접촉 할 수 있었습니다. 6개월 동안 공을 들이던 중 다행스럽게도 2005년에 두 곳 모두 연락이 와서 이렇게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국내 내비게이터 업계에 생소한 기업이다. 자가 브랜드보다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의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오토넷의 히트 상품인 ‘폰터스’ 내비게이터 초기 제품들을 모두 이 회사에서 만들었다. 대우통신에서 오토PC를 한 경험이 있어 내비게이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지멘스, 보쉬에 납품하기 위해 미오, 오리엔트파워 등 10여 개 업체가 경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굴지의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긴 건 우리의 기술력 때문만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우통신에서 델파이와 함께 진행했던 오토PC 경험, 현대오토넷이란 기업과 거래를 하며 얻게 된 신뢰성, 대우 시절 유럽근무와 수출업무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해외 거래처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멘스와 보쉬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지금도 대우의 지원을 받는다. 대우일렉에 발주를 내 내비게이터를 생산하는데 대우일렉의 공장이 자동차 관련 업체가 요구하는 품질 규격인 TS16949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모델이 교체되는 시점이라 수출이 조금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매출 800억 원을 예상합니다. 지멘스, 보쉬 외에 다른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공략할 생각입니다. 최근 대만 기업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이겨낼 것입니다.”
배 사장은 DMB, 와이파이 등을 접목하면 새로운 내비게이터 시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레드오션이 아니라 먹을 게 아직 많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