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체들 "문화로 이미지를 알려라"

컴퓨팅 업체들 "문화로 이미지를 알려라"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는 이색적인 발표회가 열렸다. 한국HP가 레이저젯 프린터 1억대 판매를 기념해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제품 설명을 위한 프로젝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가수 이승철의 공연과 와인을 곁들인 파티가 벌어졌다. 평소와 다른 진행에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큰 호응을 보냈다. IT기업의 제품 발표회가 화려해지고 있다. 인기 가수를 초청하고 파격적인 ‘B보이’ 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뮤지컬 공연·패션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간단한 제품 설명으로 ‘썰렁하게’ 끝나는 발표회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문화를 통해 기술을 알려라=IT기업 이미지는 딱딱함 그 자체다. 취급하는 제품도 어렵다. 하지만 이를 알리는 방식은 제품 소개와 함께 경쟁사 제품과 사양 비교, 성능 테스트 등이 전부다. 하지만 최근 이를 깨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한국후지제록스프린터스는 지난 11일 열린 제품 설명회에 B보이 공연을 곁들였다. 신제품 발표와 함께 벌어진 다이내믹한 B보이 공연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이 회사 황유천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공연을 준비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기존과 같은 사양 설명과 특장점 강조만으로는 제품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텔코리아도 매년 수십 차례 벌어지는 제품 설명회 중 4∼5건은 문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텔은 참석자를 위한 선물도 IT기기가 아닌 와인 등 감성적인 아이템으로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도 ‘무비 데이’를 개최해 바이러스 백신과 영화와 만남을 주선했으며, 한국CA는 ‘CA 컬티즌 클럽’이라는 기획으로 뮤지컬 ‘컨페션’ 관람에 이어 오는 12월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도 주요 고객을 초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 효과도 만점=이런 문화 이벤트는 제품 홍보와 파트너 관리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것.

 윤선영 한국HP 과장은 “문화 이벤트는 기존 단순 행사에 비해 두배 이상 호응도가 높다”며 “친목 도모를 위한 술자리보다 파트너사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 제품 발표회에 억지로 참가했던 파트너사도 행사 좌석이 남아있는지 먼저 문의하는 등 적극적이다. 파트너사는 제품 출시 한달여 전에 정보를 미리 받기 때문에 굳이 일반인 대상 설명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

 한 파트너사 관계자는 “과거 발표회는 벤더 관계자와의 인사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며 “문화 공연이 있는 발표회는 볼거리가 충분해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문화 공연이 가미된 발표회는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행사 진행을 통해 IT기업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심훈태 한국CA 마케팅 이사는 “기업 대상 영업이 많아 일반 소비자 인지도가 낮았지만 문화 공연을 하고 난 뒤 많이 개선됐다”며 “인지도 향상은 매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IT기기의 딱딱한 이미지를 문화와 접목해 제품 이미지와 기업 비전을 외부에 더욱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지영 프레인 이사는 “IT 자체가 어렵다보니 일반인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행사는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는 추세에 따라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