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은 이제 단순한 홍보나 시혜 차원을 넘어 기업 생존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간통신사업자와 중소기업간 IT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이에 본지는 IT벤처기업연합회(KOIVA)와 공동으로 통신 대·중소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 그동안의 상생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일시 : 2006년 10월24일
△장소 : 서울 르네상스호텔
△참석자 : 서승모 회장(IT벤처기업연합회), 손승현 팀장(정보통신부 중소기업지원팀), 전태명 상무(KT 구매전략실), 이강업 상무 (SKT 경영지원), 임기호 사장(엠티아이) (가나다순)
△사회 : 서현진 부장(본지 IT산업부 부장)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IT산업부장)=그동안 IT분야 상생협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통신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추진경과 및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자. 우선, 그동안 어떤 노력들이 진행됐으며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달라.
◇서승모 회장(IT벤처기업연합회)=지난해 통신사업자와 중소기업이 상생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이 선언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통신사업자 자체평가를 근거로 이행 수준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이 결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통신분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승현 팀장(정보통신부 중소기업지원팀)=과거,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이 있었지만 상생협력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은 참여정부 출범부터다. 대·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법률도 제정,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융·복합시대의 기술 혁신이 많은 통신 분야는 어느 산업보다 동반자적 협력이 중요하다. 상생협력 선언, 성공사례집 발간, 해외 벤치마킹,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성 평가기준 제정 등 지원 정책을 마련, 추진해 왔다.
◇사회=상생협력은 대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자발적 상생’이라는 말이 강조된다. 대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왔는가. 또 향후 계획은.
◇전태명 상무(KT 구매전략실)=상생은 무엇보다 공감대 형성과 CEO의 확고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열린 문화속에서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감동시키겠다는 인식아래 지속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생 협력을 위한 전사적 틀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중장기 계획을 마련, 추진중이다. 지난 7월 상생협력센터를 오픈한데 이어 앞으로 협력 공간을 온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강업 상무(SK텔레콤 경영지원)=수년 전부터 최고 경영진의 확고한 신념아래 전담조직을 통해 상생협력 활동을 추진해 왔다. 우리는 중소 협력업체를 ‘비즈니스 파트너(BP)’라 부른다. BP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지원과 온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회사 전략을 소개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앞으로는 내부 구성원 마인드 제고와 개방적 상생 문화 창출에도 치중할 계획이다.
◇사회=협력업체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본다는 것은 상하 개념이 아닌 수평적 개념으로 파악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어떻게 보아왔는가.
◇임기호 사장(엠티아이)=대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전개해 왔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계급장 떼고’ 솔직히 얘기하면, 아직은 뭔가 허전하다.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도 왠지, 큰 우산에 구멍이 난 느낌이다. 이는 결국, 가격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하루아침에 가격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전태명=최저가 입찰 문제점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품질과 가격에 대한 종합평가제를 확대, 도입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가진 업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원자재와 물가상승에 따른 단가 조정도 30일 단위로 축소했다. 또 성능시험(BMT) 참여 업체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챔버, 망연동 장치 등 고가 시험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회=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중인가.
◇손승현=기업간 거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발주자가 BMT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내에서도 공공 분야 소프트웨어 입찰에서 우수 제안자에 일정 비용을 보상하는 ‘제안 보상 규정’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가 다른 산업 영역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승모=중소기업이 차세대 제품을 독자 개발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이 구매를 조건으로 먼저 공동 개발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새시장을 개척하는 중·장기 상생협력 로드맵이 필요하다.
◇전태명=대·중소기업간 공동 개발 사업의 필요성에 동감한다. 공동 개발은 제품 구매와 직접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점차 예산을 늘리고 와이브로, 로봇, 콘텐츠 등 개발 대상 분야도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시범 사업을 거쳐 상용화 단계까지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업=SK는 중소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위해 협업 연구·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상업화 가능성을 판단, 곧바로 연구개발 인프라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공동 개발과 함께 대·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을 공동 개척하는 것도 상생협력의 궁극적인 모델이라고 본다.
◇임기호=상생은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을 도와 달라는게 아니다. ‘능력’과 ‘끼’를 가진 중소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중소기업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대기업이 찾아달라. 해외 진출시, 중소기업이 개발한 솔루션도 함께 소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태명=중소기업과 대기업, 정부가 해외 공략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해외 시장 공동 조사, 전시회 지원은 물론이고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한 컨설팅도 필요하다.
◇손승현=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은 계속 추진돼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전시 및 마케팅 지원과 해외 진출 방안도 수립하겠다. 또 현재 전자정부 분야에서 주로 진행되는 차관 지원도 통신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여겨지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상당부분 구체화된 듯한 느낌이다. 각각의 입장에서 상생 협력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임기호=중소기업으로서는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구매 관행의 정착이 가장 현실적인 요구다. 적정 이윤은 결국 중소기업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대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와 동시에 상생은 문화다. 구매뿐 아니라 경영지원, 기획 등 그룹 전체가 상생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이강업=전적으로 공감한다. 결국, 조직과 사람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 SK그룹이 최근 상생 아카데미를 오픈하고 비즈니스 파트너 임원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관리, 기술 트렌드 교육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생협력에 대한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태명=상생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매나 경영은 물론이고 개발 분야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고객 분야도 이미 공감대가 형상된 상태다. 협력사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다.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고 고객 감동의 차원에서 상생협력을 확산시켜 나가야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서승모=통신 분야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통신사업자는 신기술 및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창출될 수 있어야 한다.
◇손승현=상생협력은 문화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정부차원에서도 사회 전체에 상생협력을 위한 공감의 틀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 특히 통신 분야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심사 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수준과 불공정 거래건수 등을 허가심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강력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겠다.
◇사회=끝으로 좋은 의견 내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한다. 이번 논의가 우리나라 통신분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