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금융 IT시장의 지형을 뒤흔들 변곡점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1∼2년간 금융권은 물론이고 시장 수요를 기다려온 금융 IT업계에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이들 프로젝트는 IT서비스(SI)·SW·HW시장의 내년 성적표까지 좌우하며 시장 구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룡 프로젝트 잇달아 시동=농협·하나은행·우체국금융·KB국민은행 등 은행권과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유닉스 다운사이징 사이트가 될 농협은 이달 삼성SDS와 LG CNS 중에서 시스템 개발을 위한 최종 파트너를 선정, 사업을 본격화한다.
특히 11월부터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서버 등 HW 장비 선정 작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HP·한국IBM·한국썬 등 장비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농협 차세대 사업은 약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08년 9월 완성된다.
지난해부터 차세대 추진 전략을 담금질해온 하나은행도 이달 26일 이사회를 거쳐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내달 전체 사업을 통합 관리할 프로젝트관리오피스(PMO) 사업자 선정을 시작으로 연내에 멀티채널통합(MCI) 등 선행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증권 IT시장 초미의 관심사인 KRX의 차세대 사업도 이달 PMO 사업자 선정을 필두로 차세대 사업이 구체화된다. KRX는 곧 베어링포인트·딜로이트컨설팅·오픈타이드 3개사가 경합중인 PMO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짓고 기존에 마련된 17개 주요 사업 전략을 토대로 매칭엔진·프레임워크 개발 등 선도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1000억원 안팎의 규모로 전망되는 KRX 차세대 시스템은 2009년 초 완성된다. 또 450억원이 투입돼 내년 말까지 개발되는 우체국금융 차세대 시스템도 최근 SI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에 들어가 내달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터보엔진, KB국민은행 차세대 사업=이 같은 공룡 프로젝트 행렬은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의 차세대 행보로 절정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농협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시스템을 가진 국민은행은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막바지 전략 보완과 경영진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다.
특히 당초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유력했던 플랫폼 전략에 다시 변화가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결과에 따라 관련 업계의 대응 전략과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투입 인력도 변수=금융권 차세대 시스템은 규모 면에서 타 업종을 크게 상회하며 기업·서비스 정보화를 이끌고 있다. 프로젝트 기간도 2년 안팎으로 짧지 않다. 이에 따라 SI·SW·HW·컨설팅 등 관련 업계 금융사업부로서는 이 기간의 성적을 좌지우지하는만큼 결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추진됨에 따라 ‘고품질 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기술·가격·경험 등 항목과 함께 사업 수주를 위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발주 금융사들도 사업 수행시 투입 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사업자 평가 잣대로 삼고 있다.
한 SI업체 금융담당 임원은 “이들 대형 금융권 프로젝트를 놓치면 향후 2년간 사업에 상당한 위축이 예상되는만큼 모든 업체가 그간 축적해온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기술적·인적 역량을 응집해 수주를 위한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