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소재 IT기업 A사는 최근 핵심간부 한 명이 이직을 하면서 빠진 공백을 메우느라 한 달가량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기술자는 아니지만 회사의 회계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CEO로서는 그보다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배신감을 더 크게 느꼈다.
IT업계의 뿌리는 유능한 인력이라지만 최근 지방의 IT업계는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수도권에 유능한 인력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보유한 인력들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에 이직을 반복하면서 악순환이다.
네트워크업체인 E사의 S사장은 핵심 기술인력들에게 수도권 기업에 못지않은 연봉을 주면서도 주택구입시는 수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S사장은 “다른 업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인력을 다른 회사에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개발업체인 B사의 경우 아예 핵심개발자가 갑작스럽게 이탈할 것에 대비해 인건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반드시 보조개발자를 한 명 더 키우는 방법으로 만약을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 P사장은 “항상 필요한 인력만 운용하다 보면 결국 인력이 빠졌을 때 개발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직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심지어 대구지역 CEO들 사이에서는 지역에서 메뚜기처럼 직장을 옮겨다니며 물을 흐리고 있는 기술자들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받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벤처 지원기관 관계자는 “IT기업인들이 이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회사를 자주 옮기는 기술자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고 실제로 한번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술자는 같은 지방에서 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IT업종은 개인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직은 전 직장의 핵심기술이나 각종 영업비밀을 고스란히 가져온다는 점과 특히 대우가 좋지않은 지방의 경우 이 같은 이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이 최근 IT산업단지인 구미 산단 입주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인력클리닉사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술인력의 51.1%가 회사를 한번 이상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