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없으면 정치 못해요"

 ‘IT 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렸다.

블로그와 커뮤니티사이트, 온라인게임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기술(IT)에 기반한 미디어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단순한 정치인 홍보 수단을 넘어 선거 및 정치 참여의 장으로 발돋움했다.

이 추세라면 IT 미디어가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를 연결했던 TV와 같은 대중미디어와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선거인 등록=마이스페이스닷컴과 페이스북은 최근 선거 참여 독려 캠페인 단체인 ‘디클레어 유어셀프’와 ‘락 더 보트’와 각각 협력해 협력해 선거인 등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특히 다음달 중간선거에 출마한 1400명 후보자에 대한 프로필과 함께 선호도를 수시로 게시해 오프라인에 못지 않은 온라인 선거 열풍을 일으켰다.

◇구글, 선거 정보 실시간 제공=구글은 23일(현지시각)부터 구글 맵을 통해 선거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맵에서 특정 지역구를 선택하면 후보자와 관련 뉴스,이미지 등과 함께 선거 진행 상황도 제공한다. 정치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시민단체(CPR)와 연방선거위원회 사이트도 연결해준다.

존 행키 구글 어스 & 맵 디렉터는 “전국의 선거인을 실시간으로 지역적으로 당면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정치인 활동을 담은 게임도 나와=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생들은 현역 의원들의 활동 내역을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 ’가상의회(Fantasy Congress)’를 이날 발표했다.

16명의 상·하원 의원들을 조합해 팀을 구성해 선수(의원)들이 현실에서 발의한 법이 만들어지는 정도에 따라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회기가 끝나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팀을 구성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법률안 처리 과정, 미국 의회 제도 등도 설명해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게임 개발자인 앤드류 리는 “사람들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많은 관심을 쏟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치권에 블로그와 팟캐스팅 열풍=유럽 정치인들은 잇따라 블로그와 팟캐스팅을 개설했다. 젊은 유권자에 다가가기에 시간상이나 비용 대비 효과가 이만큼 좋은 미디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보수당 당수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데이비드 캐머런은 지난달 말 블로그를 개설해 정치적 신념을 담은 글과 동영상 광고 등을 게재했다. 얀 피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도 다음달 22일 선거를 앞두고 최근 블로그에서 팟캐스팅을 시작했다.

유권자의 호응도 높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유력한 프랑스 대통령 후보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재무장관의 블로그는 유럽에서 두번째로 방문자가 많은 블로그다. 프랑스 내부장관 니콜라스 사르코지도 작년 말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담은 팟캐스팅을 시작해 15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뢰밭도 있다=공화당의 조지 앨런 상원의원은 인종비하 발언을 했다가 유튜브에 동영상이 돌면서 곤혹을 치렀다. 콘래드 번즈 의원은 무슬림 비하 발언에 농업정책 청문회에서 조는 모습까지 유튜브에 나왔다. 경쟁자인 민주당 테스터 후보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정치 혐오증을 부추기는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제 네티즌들이 대중 미디어의 감시 기능을 대신하는 단계까지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사진: 콘래드 번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청문회에서 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