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진통 끝에 마련한 이번 기구 개편안은 향후 3년, 나아가 10년 이상을 끌어온 통신·방송 기구 개편 논의의 방향성을 확정한 것이라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동안 통신과 방송산업이 급변, 기존의 정부조직 형태로는 더는 효율적인 규제·진흥이 어렵다는 의견이 개진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 부처 간 이견과 정치권의 개입으로 실질적인 진전이 어려웠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국무총리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가 큰 틀을 잡은만큼 앞으로 이를 정부안으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좀더 많은 의견을 듣고 정식 정부안 마련과 법률 제안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추진위안 마련은 기구 통합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될 기본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임제 가미한 합의제위원회 ‘가닥’=무엇보다 합의제위원회 형태를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도 독임제 성격을 최대한 살리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독임제 요소가 강화됐는데 이는 IT 등 우리나라 성장동력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 통합기구에 정보통신부의 모든 업무를 포함시킨 점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정통부 역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정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다만 우정업무는 예전부터 독립해 우정청으로 간다는 계획이 있던만큼 기구 개편 이후 분리하는 게 순리에 맞다는 결정이다.
지난 25일 회의는 가능한 한 정부부처를 배제하는 등 추진위 고유의 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배어있다. 그간 전체회의 때 각 부처 담당 국장도 참여했으나 이날만은 제외됐다. 추진위안은 27일 정식 의결 후 각 부처에 통보될 예정이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추진위안이 확정되면 이를 전제로 의견을 수렴해 정부안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내달까지 국회에 관련 법률안을 제출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문화부’는 억울해?=이번 기구 개편안은 결론적으론 문화관광부에는 최악의 방안으로 꼽힌다. 왜냐하면 방송영상 진흥과 방송 광고 영역을 통합기구에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문화부 소관에서 통합기구로 넘어간다.
정부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간 정통부와 방송위 간 대립 속에서 문화부가 ‘꽃놀이패’를 들고 무엇인가 얻어가려 했지만 결론은 반대로 났다”며 “이번 방안이 특정 부처의 이해를 조율한다기보다 원칙적이고도 효율적인 기구 개편안을 추구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견해 차 조율 ‘과제’=문제는 타부처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문화부는 콘텐츠산업에 대한 기득권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산자부도 IT산업 진흥 업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역시 공정 경쟁·이용자 보호에 대한 규제 일원화를 욕심내고 있다. 또 시민단체와 야당은 내용 심의와 같은 공영방송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별도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망=일단 큰 틀의 합의는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에서 만장일치로 1대 1 통합에 대해 합의를 본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 간 ‘당근’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부처 간 의견 차가 여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따라서 공영방송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별도의 위원회 가능성이 살아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집착하고 있는 콘텐츠산업은 일반 콘텐츠와 통신 콘텐츠로 구분, 통합위원회와 분리·관장하는 안도 타협안으로 제시된다.
학계의 한 인사는 “대통령 산하의 합의제위원회로 가되 독임제를 가미하는 것은 사실상 부처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야당과의 논의 절차가 남아 있고 선거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승정·성호철기자@전자신문, sjpark·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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