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EDA]토종기술 `싹` 틔운다

 99% 이상 외산에 의존해 온 국내 EDA 시장에 토종 기술의 싹이 자라고 있다. 지난해 국내 EDA 시장 규모는 총 56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 중 99.6%가 케이던스와 멘토를 비롯한 미국계 기업이 점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기업들이 한국 EDA 시장을 점유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생산에 적용하는 EDA를 포함해도 외산 규모는 9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EDA업계에서 국내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아직은 소수이지만 EDA를 국산화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EDA 벤처업체로는 다이나릿시스템·휴인스·엔타시스 등이 있다. 시스템반도체 개발 기술이 이들의 토대가 됐으며, 4∼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최근 하나 둘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하드웨어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기반 툴까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다이나릿시스템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수입 툴을 사용하지 않고도 양산 전에 하드웨어에서 반도체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1억원대의 검증 툴을 개발, 국내외 반도체 중소기업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휴인스는 ARM 코어를 사용한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검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으며, 산학협력을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엔타시스는 전력소모 예측과 SoC 개발 초기 배치 설계, 칩과 패키지 사이의 잡음 예측 등에 관련된 EDA 툴을 개발했다. 전력 소모 예측은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어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연구소에서의 개발은 보다 활발한 편이다. 하순회·최기영 서울대 교수, 정정화 한양대 교수, 김영환 포스텍 교수 등이 EDA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가다. 이들이 이끄는 대학 연구소에서는 재구성 가능한 프로세서나 초대규모집적회로(VLSI) 설계를 위한 하이레벨 EDA를 연구하는 등 향후 국내 EDA 툴이 세계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선행 과제를 수행중이다. 학교와 연구소의 개발 노력에 따라 이들의 기술력은 향후 산업으로 전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이들의 활동에 업계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종석 다이나릿시스템 사장은 “프로세서 개발에서부터 쌓인 국내 기술력이 가장 어렵다는 EDA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이 M&A 의사를 타진해 오기도 하지만 반도체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EDA도 자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