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소련과 미국이 로켓으로 유인우주선을 경쟁적으로 발사하는 것을 보면서 로켓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나중에 잘 살게 되면 로켓을 개발하여 우주개발을 할지도 모르니까 우리의 우주선을 발사할 로켓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학생 때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우주와 로켓에 관한 책을 빌려보며 과학 선생님과 화학실험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 1967년 청주 세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들과 로켓 클럽을 만들고 실제로 조그마한 로켓을 만들어 무심천 변에서 발사하곤 했다.
불을 품으며 굉음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로켓을 볼 때마다 심장이 터지는 듯 신이 났다. 여기에 자신을 얻어 전국과학전람회에 로켓글라이더를 만들어 출품하는 계획을 세우고 과학 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과학실험실을 사용하게 해 주셨다. 구상했던 ‘로켓글라이더’는 나무로 만든 글라이더에 로켓을 부착하여 로켓의 힘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글라이더를 먼저 만들어 놓고 로켓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로켓을 만들어 실험하던 6월 중순 점화했던 로켓이 폭발하면서 필자의 왼쪽 고막이 파열되고 팔에는 화약 가루가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세면대에 가서 세수를 하면서 코를 풀어 보니 왼쪽 고막으로 바람이 새고 있었다. 아픈 곳은 없었지만 귀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고 이상하였다. 고막이 없어지면 이렇구나 싶었다. 이 사고 때문에 부모님한테 꾸중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더 이상 로켓 실험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깊은 상처만 안은 채 로켓 공부를 그냥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로켓에 관한 책을 읽으며 기초부터 천천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학교에서 첨성대를 배우면서 천문학자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 조상들이 옛날에 로켓도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우연히 역사책에서 ‘고려 말 최 무선이 화통도감에서 불화살(화전 火箭)을 포함한 18종의 화약무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화전은 일명 불화살로 당시의 로켓관련 과학책에서는 ‘중국의 1232년 화전을 세계최초의 로켓’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만든 화전이 세계 최초의 로켓이라면 화약을 국산화하며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고려의 최 무선이 만든 화전도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으로서 학문적으로 더 깊이 알아보기는 쉽지 않아 이 일은 대학 입학 후로 미루었다. 1971년 대학교에 입학 하자마자 도서관 등에서 최무선의 화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 자세한 자료를 찾을 수 없어 국사 교수님을 찾아뵈었더니 ’최무선의 화전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학생이 직접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우리 옛 로켓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을 안 나는 평생 로켓을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이 분야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yschae@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