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업체의 동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개발사에 대한 일본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일 공동 게임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앞으로 합작 게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업체들의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바다이야기’ 등의 후폭풍으로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업계는 ‘마른땅에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다. 하지만 현재 유입되고 있는 자금은 말그대로 ‘껌값’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합작 게임 중 하나만 대박을 치게 되면 엄청난 일본 자금이 유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일 합작 게임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는 있지만 경계해야 할 것들도 적지않다고 지적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자금 흐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자금은 힘들어하는 업체들에 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등 난제도 뒤따를 수 있다”며 “주의를 요망하기도 했다.
게임개발사인 N사는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현재 막바지 게임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개발비에 대한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게임을 본 일본업체가 자금을 대겠다는 제의를 해와 현재 안정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 상태다.
중견개발사인 H사는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게임개발을 하고 있다. H사가 일본으로부터 받는 자금은 15억원선. 일본업체는 이미 검증을 받았던 게임의 후속작을 내놓는 만큼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 외에도 최근 일본 업체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최근들어 부쩍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사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는 업체까지 따지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한국 게임업체와 일본 업체가 한·일 공동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이유는 ‘윈윈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사가 협력하게 되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 공동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의 판단이다.
게임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안정적인 개발이다. 일본업체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자금력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일본시장을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공동개발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일본 업체가 현지에서 투자한 게임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업체 입장에서도 점차 일본시장에서 한국산 온라인게임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이후 ‘붉은보석’, ‘팡야’ 등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사업으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뿐 아니라 기술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새로운 탈출구로 공동개발을 선호하게 됐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한국 개발사를 찾게 됐고 일본에서 개발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현지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 보다 질 좋은 온라인게임 하나를 보유할 수 있다는 강점이 한국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게임이 점차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한·일 공동 게임 개발을 부채질 했다는 분석이다.한·일 공동 게임개발을 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게임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투자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안정적인 게임개발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 때문에 한·일 공동 프로젝트에 있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 요건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사가 온라인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야 하고 개발사들도 로드맵에 따른 게임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공동 개발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비록 일본 업체가 M&A에 소극적이지만 게임이 성공하게 되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확률은 높아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를 받을 때 계약 등을 정확하고 명확한 문구로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게임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에는 (한국에서 투자를 받을때 보다) 더 계약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발생할 수도 있을 문제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비록 한·일 공동 게임 개발에 난관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공동개발은 이뤄질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한·일 공동 개발이 초기 모델인 만큼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전문경영인 체제 운영이나 일정 지분의 맞교환을 통해 관계사로 발전 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일 공동 게임 개발 모델은 이미 한국이나 일본 양측이 필요로 하는 모델인만큼 더 견고하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N사 한 관계자도 “일본에서 전문경영인을 파견, 철저하게 업무가 분담돼 있는 구조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안정적인 게임개발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이같은 모델이 트랜드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일본 자금의 국내 유입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현재보다 더 큰 자금 규모가 시장에 투입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자금의 유입으로 인한 시장활성화에 반해 우려의 시각도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기술의 유출이다. 비록 한국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일정 부분의 기술유출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투자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자금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좋지만 향후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일본 자금의 국내 유입에 대해 중소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중소개발사들은 최근 ‘바다이야기’ 등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데다 더이상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힘들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아 어려운 상황인데,그나마 일본 자금이 들어와 숨통이 뜨일 것 같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중소개발사들의 반응과 달리 퍼블리셔들의 입장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금력을 동원한 일본 업체가 한국 개발사 사냥에 나서는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세계 게임시장이 점차 온라인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온라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보유하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개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개발사들은 그들에게 좋은 먹이감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기엔 최적이라는 것이 퍼블리셔들의 판단이다.
퍼블리셔들은 이런 이유로 개발사들이 좀더 신중하게 고민한 다음 투자를 받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업체의 의중을 파악하고 투자를 받아야 나중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개발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 중소개발사 한 관계자는 “(투자를 받는 업체들도) 일본보다는 국내 퍼블리셔나 다른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편하지만 (투자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며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