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날씨만큼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인사다.”
지난 25일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의 명단이 발표되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여름 불거진 사행성게임 논란으로 인해 게임등위가 보수적인 인사로 꾸며질 것이라는 예상을 어느 정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위원의 면면이 드러나자 충격에 휩싸였다. 선임된 9명의 위원중 게임과 관련있는 위원은 정동배 한국게임학회 상임이사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정치권·청소년 보호단체·경찰 관계자로 진용이 갖춰졌다.
심지어 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추천한 인사마저 업계 관련 인사가 아니라 정치권 및 경찰 출신 인사였다. 게임등위 운영규정의 ‘게임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자’라는 위원선임 기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같은 위원구성은 사행성 게임물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문화부는 초창기 게임등위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당시 게임업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한 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었다. 이같은 청사진은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구상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게임업계는 게임등위 위원구성을 볼때 과거 등급분류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처럼 규제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영등위는 업계위에 군림하는 조직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게임등위가 영등위처럼 강력한 준사법기관이 된다면 산업 진흥을 위한 심의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게임등위는 업계에 봉사하는 등급분류 서비스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원들의 성향이 곧 게임등위가 마련할 심의기준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게임등위가 사행성 뿐만 아니라 선정성·폭력성·반사회성 등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업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등위로 심의 주체가 바뀌면서 심의 기준 및 절차 등이 산업 진흥을 위하는 쪽으로 바뀔 것을 기대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기존 영등위 기준보다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게임등위 출범 이후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현재까지 문화부가 마련한 심의 원칙은 사실상 기존 영등위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게임등위가 세부 세부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할때에는 업계의 의견과을 충분히 반영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김기만 게임등위 초대 위원장은 30일 현판식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룰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일반 스포츠가 반칙에 대해 엄격하듯 일정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며 “규제기관이면서 동시에 등급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