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 `스피드`보다 `개인기`

 ‘주기판, 이제 부가 기능으로 승부한다.’

 주기판의 부가 기능 강화가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선랜 카드를 탑재한 주기판이 나오는가 하면 5.1채널 사운드는 기본이 됐다. 심지어 7.1채널 사운드를 지원하는 주기판까지 등장,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과거 속도 경쟁으로 부가 기능이 희생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기판 성능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된만큼 향후 시장 판도는 HDD커넥터 개수 등 부가 기능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주기판, 빠른 성능 향상=주기판은 끝없이 영토를 확장해 왔다. HDD와 입출력(I/O) 인터페이스는 이미 희생양이 된 지 오래고 수년 전부터는 사운드카드와 랜카드를 삼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IEEE1394, RAID(Redundant Array of Inexpensive Disk), 무선 랜카드 등을 갖춘 멀티 주기판이 대세다.

 이런 분위기 탓에 주기판 멀티미디어 지원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래픽카드 등 별도 기능 지원 카드가 필요없을 정도며, 랜카드는 고가의 시스템에만 적용되는 부품이 됐다. 기가바이트 측은 “최근 모든 입출력 기능이 포함된 ‘온보드’ 성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온보드 제품은 그래픽 구현 성능이 별도 카드의 80%에 이르는 등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가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주기판 칩세트의 성능 향상과 관계있다. 인텔·ATI·비아·엔비디아와 같은 주기판 칩세트 업체들의 기술은 현재 노스·사우스 브리지 등 주기판 칩세트에 모든 부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일부 업체는 향후 수년 내 현재 2개인 주기판 칩세트를 하나로 합한 ‘원 칩’ 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며, CPU 지원 속도는 업체 차이가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됐다.

 ◇부가 기능 확대가 승부처=각 주기판 업체는 최근 부가 기능 탑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AMD가 열린 플랫폼 정책을 채택하는 등 각 업체 간 기술 크로스오버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주기판 메인 성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 이에 따라 각 업체는 멀티미디어 기능이라는 ‘부가 기능’에 판매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차별화를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실제로 AMD 애슬론64 호환 칩세트는 엔비디아·ATI·비아 등 5∼6개 업체가 만들고 있지만 기본 성능은 유사한 실정. 인텔도 코어2듀오 CPU 호환 칩세트를 내놓으면서 P965·G965·Q963 등 부가 기능 지원 여부에 따라 다양한 칩세트를 함께 발표했다.

 최근 주기판 부가 기능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오디오 컨트롤러’. 5.1채널은 기본이고 7.1채널에다 전면 스테레오 포트 2개 채널을 더한 HD오디오까지 나왔다. 일부 HD오디오 코덱을 채택한 주기판은 가상 서라운드를 얹어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이젠 쓸모가 없어진 IDE커넥터 대신 SATA커넥터를 추가 장착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2개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지원하는 SLI 기능의 경우 핵심 부가 기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씨현시스템 측은 “USB포트도 일부 제품의 경우 최대 10개까지 지원,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하기 편리해졌다는 것을 광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윈도 비스타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만큼 외부 카드 연결 편리성을 강조한 제품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멀티미디어 중심에 서라=전문가들은 부가 기능 확대 분위기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아직 주변기기 연결에 어려움을 느끼는만큼 지능화 기술 탑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엔비디아 ‘590 SLI’ 칩세트는 최적 오버 클록 세팅 값을 찾아내는 ‘SLI메모리 분석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 등 지능화 부가 기능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하드웨어 구성도 원활한 부가 기능 지원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발열량 증가로 열전도 파이프 방열판을 탑재한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원활한 카드 탑재를 위해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정현 제이씨현시스템 상무는 “주기판 메인 성능 경쟁은 어느 정도 한계에 왔다”면서 “어떤 부가 기능을 제공하느냐가 시장 성공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