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우선협상 대상자가 발표된 합참지휘통제(KJCCS) 기반 체계 구축사업이 거센 불공정 거래 논쟁에 휘말렸다. 방위사업청이 제안요청서(RFP)에 S업체의 소프트웨어(SW)만을 납품토록 명기한 탓에 해당 SW업체는 입찰과정에서 이 같은 우월적 지위를 토대로 ‘상품 끼워 팔기’ 행위를 벌였다는 것이다.
특히 KT는 종합평가 점수에서 1위였으나 S업체의 불공정 행위로 필수 증빙서류를 불가피하게 미제출, 탈락했다며 방사청에 민원서류를 제출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하는 등 불공정 시비가 일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불공정 논란 배경=그동안 3대 전장관리 정보 체계 중 하나인 KJCCS 기반 체계 구축사업 수주를 놓고 삼성SDS, LG엔시스-LG CNS컨소시엄, KT 3개 IT서비스 업체가 경쟁해왔으며 지난 26일 LG컨소시엄이 163억원 규모의 이 사업을 수주했다.
KT는 방사청과 S사가 사업 발주 과정에서 투명한 공개 경쟁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방사청이 S사의 PC 복구 SW ‘고스트 솔루션 슈트’를 RFP에 명시, 공정 경쟁이 저해됐다는 것이다. KT 측은 “‘고스트 솔루션 슈트’뿐만 아니라 다른 우수한 PC 복구 SW가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KT는 S사가 PC 복구 SW를 포함, RFP에 명시되지 않은 △서버 이중화 SW △파일 공유 SW △백업 SW까지 총 4개 SW를 4억5000만원에 일괄 구매해 KJCCS 사업에 제안할 것을 요구, ‘끼워 팔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사는 PC 복구 SW 구매가 약 2800만원(1575카피) 외에 4억2000만원의 추가 SW 구매를 적극 요구하면서 PC 복구 SW 관련 제조사 공급자 증명원, 유지보수 확약서 등의 필수 증빙 서류를 KT 측에 발급해주지 않았다.
결국 종합평가 점수에서 1순위였던 KT는 증빙 서류를 미제출로 인해 부적합 평가를 받아 2순위 업체인 LG컨소시엄에 수주를 내주게 돼 손해를 입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종합평가 점수에서 KT는 97.17점, LG컨소시엄은 95.85점, 삼성SDS는 93.68점을 받았다.
◇후폭풍 장본인은 누구=KJCCS 사업에 ‘불공정 논란’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온 장본인은 외국계 S사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RFP에 S사 상품을 명기하더라도 KT·LG컨소시엄·삼성SDS 등에 필수 증빙서류를 모두 발급해줬다면 조용히 마무리될 사업이었다.
이와 관련, KT 한 관계자는 “몇 차례에 걸쳐 증빙서류를 요청했으나 S사는 ‘고스트 솔루션 슈트’ SW 한 건 구매만으로는 증빙서류 발행이 불가할 뿐더러 다른 IT서비스 업체와 사전에 약속한 탓에 협조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S사는 영업 활동을 하면서 ‘상품 끼워 팔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IT서비스 업체에는 증빙서류를 발급해주지 않기로 약속을 했고 이를 거부한 KT에는 증빙서류를 주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다른 응찰업체 한 관계자도 “S사의 끼워 팔기가 있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S사 상품을 제안했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S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사청 측도 업체 간 가격 협상 불발이 불공정 거래 행위로 비춰짐에 따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방사청 한 관계자는 “RFP에 S사 제품을 명기한 것은 합참 소요 제기를 반영한 것”이며 “S사 제품이 소요 군의 일부에 적용, KJCCS 기반 체계 사업에 동일한 제품 사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측은 또 “KT 민원을 접수, KT는 물론이고 S업체를 대상으로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국방IT 전문가는 “군이 특정 조건 때문에 한 회사 제품만을 지정했다면 이번 경우처럼 해당 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게 예방하고 공평하게 진행되도록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