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자무역 인프라(u-TP) 구축 2단계 사업이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지만 금융·통관·예산 등 각 부문에서 문제점이 속속 돌출되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정책조정회를 열고 이 문제에 관한 각 부처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실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장 업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의 불참으로 전자신용장(e-LC) 서비스의 효율성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e-LC 서비스는 은행으로 통지되는 모든 신용장을 전산화해 기업이 통지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금융결제원을 통해 모든 은행에서 신용장 현황과 거래내용을 파악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e-LC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내 은행과는 달리 HSBC·ABN암로 등 36개 외국계 은행은 단 한 군데도 e-LC서비스에 연결돼 있지 않다. 특히 이들 외국계 은행이 연간 50만건의 신용장 업무 가운데 40%의 신용장 통지를 담당하는 상황이어서 e-LC 서비스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e-LC로 모든 은행에서 신용장 업무가 원스톱으로 처리된다고 생각했다가 외국계 은행에서 안 된다는 걸 알면 굳이 사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e-LC 서비스를 실시한 국내 은행도 전체 고객사가 50개 안팎에 불과해 아직은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외국환거래업무취급지침’에 e-LC를 통한 외환업무 가능 규정을 포함하고, 은행연합회 등에 협조를 구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지만 외국계 은행은 시스템 투자·본사 허가 등이 선결조건이어서 가능 규정만으로는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의 수출입신고필증 정보도 아직 u-TP에 연계되지 않아 전자무역의 싱글 윈도(single window)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기업들이 별도 시스템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정보 연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전자무역 시스템과 해외 시스템 간 전자무역 문서교환이 가능한 연동모듈을 개발하는 ASEM·PAA 사업 예산이 해마다 축소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PAA 사업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에는 6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며 아직 내년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ASEM도 이미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축소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무역의 생명은 무역 전 업무의 연계성 확보인데 각 부문에서 조금씩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 개발도 중요하지만 국내외 각 기관의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