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고등과학원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2일 개원 1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있는 김만원 고등과학원장(59)은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발판 삼아 세계적인 기초과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해 국민들에게 그 성과를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개원 10주년을 맞아 김 원장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국민들이 ‘우리에게는 고등과학원이 있다’고 자랑할 만한 수준의 기관으로 성장하는 것. 국민들이 낸 세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그 결실을 국민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 같은 구상을 설명하며 지난 2004년 7월 제3대 고등과학원장으로 부임한 직후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예상보다 적은 인건비 예산 때문에 고민 중이던 김 원장은 어느 날 밤 집으로 가던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무턱대고 하소연을 했다. 그때 돌아 온 택시기사의 반응은 “아니 어떻게 국가 과학기술을 지탱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대우가 그렇게 낮은가. 그런 부분에 들어가는 돈이라면 세금이 아깝지 않다”였다.
김 원장은 “고등과학원을 모르는 그 분도 과학의 중요성을 알아 준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며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올라서서 그런 국민들에게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다행히 지난 10년간의 노력에 힘입어 고등과학원의 위상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한국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고등과학원 교수 2명이 국제수학자총회에서 강연하는 등 해외 인지도도 개선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96년 개원 이후 연구지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온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개방형 연구환경 및 효율적인 평가체제 구축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개방형 연구환경 차원에서 김 원장이 제안한 것은 한국 고유의 ‘마당’ 문화를 활용한 토의 환경 마련이다. 그는 “고등과학원 연구교수진뿐 아니라 어느 대학의 누구라도 자유롭게 찾아와 연구과제에 관해 토의하다 보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원장은 “수학·물리·계산과학 등 3개 학부에 대한 5년 단위 정기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해외 유수 연구진들을 초빙하는 노력을 병행해 고등과학원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사진=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