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초가삼간 태울건가

 지상파 방송3사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KBSi·iMBC·SBSi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3사는 국내 64개 웹하드·P2P·동영상 포털·모바일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방송콘텐츠의 저작권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30일 일제히 발송했다. 원하는 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단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3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보조를 취하고 있는만큼 이번 요구는 단순한 엄포성 조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방송 3사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놓고 고민하다가 서슬이 푸른 칼을 빼든 셈이다.

 지상파 3사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방송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이 중에는 서비스 운영자가 저작권을 확보한 콘텐츠도 많지만 대부분의 방송콘텐츠는 저작권과는 관계없이 네티즌에 의해 재가공된 UCC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업계의 반응은 차분하다. 방송콘텐츠의 저작권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거니와 전혀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분한 업계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저작권자와 서비스 운영자가 저작권 보호 노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 동영상 업체의 대표는 “기본적으로 네티즌이 지상파의 저작물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서비스 사업자가 나선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저작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실정”이라며 “특히 UCC 동영상 서비스가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기회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저작권 침해 단속은 새로운 시장을 죽이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서 저작권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저작권 행사 남용으로 자칫 산업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전체를 태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디지털문화부·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