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김영세의 세상 사랑하기](https://img.etnews.com/photonews/0611/061103044719b.jpg)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대학시절 가수 김민기와 그룹사운드 ‘도깨비’를 만들 만큼 노래에 일가견이 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록’이다. 언젠가 방송에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그의 노래는 라이브로 들어야 제 맛이다. 자주 부르는 노래는 김경호의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다. “어렵지만 선택했어. 사랑해서 아플 우리 사랑을…가슴 안에 숨쉴 거야.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라는 마지막 부문이 나올 때 그는 노래에, 사람에, 사랑에 취한다.
◇사랑하는 방식=9월 20일 밤. 그를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만났다. 늦가을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저녁 관악산 바람은 제법 선선했다.
서울대 예술대가 주축이 된 5개 대학 연합 예술제가 개최되는 노천극장, 그는 디자인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는 ‘START YOUR DREAM’이다.
그의 강연은 자주 들었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후배들에게 그는 몇번이나 ‘꿈을 가지라’고 강요했다. 디자이너의 길을 걸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꿈이 시작이고, 그 꿈을 이루는 길이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는 사람이 가장 기뻐할 선물을 그리는 게 디자인이라고 얘기했다.
강연이 끝나고 그가 긴장했다. 콘서트 형태로 진행되는 그날 행사에 그의 아들 ‘김윤민’이 나왔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사랑이라고 가르쳤던 그 아들이었다. 김영세에게 아들은 엄마를 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쿠폰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다.
“그렇지. 정말 나보다 낫지? 저 노래, 저 음악 윤민이가 다 만든 거야.”
그의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김영세에게 ‘아버지보다 낫다’고 하자 그가 반색하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세계 산업디자인계의 구루(GURU) 김영세의 아들 자랑은 끝이 없다.
◇비즈니스를 디자인하다=10월 23일 저녁, 김영세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술이나 마시자’가 만난 목적이었다. 그는 이순 이노맨 사장과 함께 나왔다. 그의 사무실 근처 일식집에서 정종을 마셨다. 한두 사람 합석을 하다보니 수가 늘었다. 그만큼 술도 늘었다.
“김 기자, 나 이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요.”
김영세가 던진 말이다. 6개월 가깝게 그의 작업을 지켜본 기자에게 처음으로 던진 말, 그 말은 ‘사고쳤소’라는 말처럼 들렸다. 김영세는 디지털 정보가전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했다. 부품·유통·기술·디자인을 묶는 작업이다. 그 작업을 이노맨이 맡는다. 워커홀릭 이순 사장이 총대를 멨다. 그들은 범용화가 되는 디지털 기술, 미래 정보가전 시대를 디자인 지상주의로 개척하겠다는 생각으로 뭉쳤다. 김영세가 그토록 강조하던 이노베이터 세상이 가시화되는 순간이다.
“디자인은 고객을 얼마나 사랑하는가에서 결정되더라구. 화장품을 디자인할 때는 여자가 되는 것처럼, 포터블 전자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입장이 돼야 하더라구.”
이노맨이 뭘 만들어낼지를 설명하지 않고, 그는 디자인 철학을 풀어냈다. 내용을 요약하면 ‘디지털 시대에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였다. 공장은 없지만, ‘이노’ 브랜드가 있는 회사, 김영세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나이키(NIKE)’처럼 말이다.
그의 작업에는 여러 사람이 동참하고 있었다. 그가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로라하는 집단이 달려들고 있다. 그들은 프리미엄 정보가전기기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사겠다는 사람들이다. 디자이너는 꿈을 파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기자, 지켜 보시오.”
단지 ‘술이나 마시자’는 목적이 끝날 즈음, 건배를 외치며 그가 건넨 말이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사진=정동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