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영방송 거대 NHK 붕괴= 채널 여덟 개, 직원 1만2000명, 자회사 34개, 1년 예산 5조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영방송인 일본 NHK가 위험에 빠졌다.
NHK에서 직원들이 수신료를 부정한 방법으로 빼돌렸고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프로그램을 왜곡한 사실까지 잇따라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일본의 시청자 30%가 수신료 납부를 거부했다. 수신료는 NHK 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생존기반을 뒤흔든 셈이다.
웬만해서는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일본의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 거부에 나선 것은 거대 공영방송 NHK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자신들이 낸 수신료를 빼돌린 것도 모자라 프로그램까지 왜곡했다는 사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기를 절감한 NHK는 ‘시청자 제일주의’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마련해 실행에 나섰다.
일본 정부도 민간인으로 구성된 간담회가 마련한 개혁안을 받아 검토하고 있다. 이 개혁안은 현행 여덟 개의 채널을 다섯 개로 줄이고, 34개의 자회사를 축소 통폐합하며, 수신료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이런 개혁안들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영과 공영이 공존하는 방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일본의 공영방송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NHK가 새롭게 내세운 ‘시청자 제일주의’는 우리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랫동안 방송 현장에 몸담아 온 저자가 실감나게 쓴 이 책은 우리 방송의 현주소와 미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인 타하라 시게유키는 라디오도쿄(현 TBS) 기획국장, 도쿄데이터비전 시징, 스타채널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역자인 송일준은 현재 MBC 편성본부 외주제작센터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타하라 시게유키 지음. 송일준 옮김. 도서출판 차송 펴냄. 1만5000원.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