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월 서울 오류동 럭비구장에서필자(오른쪽)가 조선 초기 총통의 첫 발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611/061103045338b.jpg)
③행주산성 고화기 복원 및 발사시험
1978년 11월 박정희 전대통령이 행주산성을 방문하고 이곳에서 임진란 때 일본군을 무찌르는 데 사용한 로켓과 화차 등 최신무기를 복원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화차 등 조선의 화약무기를 연구해 학회와 학회지 등에 발표했기 때문에 복원해 달라는 연락이 올 것 같아 미리 복원준비를 하고 있었다.
1979년 3월 필자가 근무하던 유한대학 연구실로 경기도의 문화재 담당직원이 찾아와서 대통령 지시라면서 화차 등 임진란 때의 화기를 복원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동안 학계에 알아 보니 필자가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추천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미리 준비한 복원 설계도를 보여 줬다. 이렇게 해서 현재 행주산성 기념관에 전시중인 조선시대 화기의 복원이 시작됐다. 이 고화기 복원 프로젝트는 연구비가 당시로는 적지 않은 3000만원인데다 기간도 8개월로 짧았고 대통령 지시사항이니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 등 28세의 젊은 필자가 책임을 맡기에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형태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의 옛 화기들은 나중에 기회가 오면 하나씩 복원하고 싶었는데 정부예산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복원사업을 맡기로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고화기 복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고 필자는 이론적인 연구 뿐 만 아니라 실제로 하드웨어가 포함된 연구개발에 대한 또 다른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현재 행주산성에 복원 전시중인 고화기들은 옛날 설계도를 기본으로 연구해 복원한 옛날의 화기와 같은 구조와 형태를 갖춘 총포들인데 이를 잘 모르는 분들 중에는 단순한 모형이라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다. 현재 박물관에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총이나 포를 보면 빈 대나무 통 같이 구조가 너무 간단해서 실제로 사용하였던 것인지, 실제로 사용하였다면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복원한 고화기를 옛날처럼 실제로 발사시험을 하면 이런 의문점들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부의 프로젝트로 고화기의 발사시험을 계획했다. 1440년대의 세종 때 처음 만들어져 임진란때까지 사용된 옛 총포들을 500여 년 만에 다시 옛날처럼 발사 시험해보려는 것이다.
공개발사시험 날짜는 한 달 전쯤에 미리 잡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뒤에 발사준비를 했는데 발사시험 준비과정에서 미처 생각 못한 문제점들이 많이 나와 공개시험 바로 전날 밤에서야 겨우 문제가 해결돼 예비 시험을 할 수가 있었다.
1980년 1월 눈이 많이 쌓인 유한대학 근처인 오류동 럭비구장에서 국내 최초로 고화기 발사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이후에도 몇 번의 옛 총포 발사시험을 하였고 올 봄에는 영천시의 지원으로 고려 때 최무선이 만든 총포를 복원해 발사시험을 했다.
어느덧 우리의 옛 화약무기를 복원해 발사 시험하는 것이 필자의 끊을 수 없는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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