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MP3P)는 그동안 가격 외엔 디자인·음질·성능 면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제품은 많았지만 레인콤처럼 독창적인 컨셉트가 있거나 코원시스템처럼 누가 들어도 음질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색깔’이 삼성전자엔 없었다.
그러다 올 3월 ‘Z5’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팟 나노를 겨냥해 만든 Z5는 태생부터 아이팟 나노를 벤치마킹하다 보니 나노와 닮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터치 패드를 활용한 새로운 조작법, 알루미늄 메탈 케이스를 활용한 디자인 등 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향후의 삼성 MP3P에 대한 기대를 불러 모았다.
삼성전자의 전략 모델 중 세 번째인 ‘K5’는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간 MP3P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한 점을 만회하려는 듯 독창적인 컨셉트를 K5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맨 이후 휴대형 음악기기는 모두 개인이 혼자서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이어폰을 낀 채 이동하며 나만의 음악을 듣는 문화가 MP3P 시대까지 이어졌는데, 삼성은 이 같은 퍼스널 개념을 유지함과 동시에 음악을 남과 공유하는 개념을 추가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적으로 일반 MP3P만큼 작게 만든 뒤 밖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출력을 지원하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시켰다.
스피커를 장착한 MP3P는 K5가 처음은 아니다. K5는 그러나 1.5W를 지원하는 스피커 출력과 양호한 음질 때문에 방에서 쓰는 컴포넌트 오디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음악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낯설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내외에서 이 독특한 컨셉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