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재 공급 기지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중국이 PC 주변기기 업체의 새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전 세계 PC 주변기기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인만큼 국내 업체엔 주변기기 원자재를 공급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급성장해 ‘공급원’이 아닌 ‘수요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프리미엄 시장이 급성장해 국내 업체는 브랜드를 앞세워 고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국 프리미엄 시장 급성장=중국 경제는 올해만 11% 성장이 예상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 고공 비행을 하고 있다.
중국 내 소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PC 주변기기 사업도 마찬가지. 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농촌에도 PC가 속속 보급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신흥 부유층 비율이 최근 2%를 넘어서는 등 PC 구매층이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 중국 신규 구매자 대부분은 저가형 제품보다는 성능이 검증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PC는 자동차·주택·휴대폰과 함께 중국인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IT기기인 ‘신쓰지엔(新四件)’으로 꼽힐 만큼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반면에 보급률은 20%를 밑돌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부터 PC 판매가 30% 이상 급증하는 등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며 “이 중 브랜드PC·주변기기 판매량은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브랜드PC·주변기기 판매량은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브랜드를 알려라=시장 성장에 따라 PC 주변기기 업체의 현지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현지 사무소를 내는가 하면 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업체와 활발한 제휴를 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브랜드를 띄워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고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쿨러업체 잘만테크는 지난달 홍콩 파인그룹과 합작, 내년 중국 내에 잘만쿨러 대리점을 개설키로 했다. 기존 현지 총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본격적인 ‘브랜드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잘만테크 측은 “중국 쿨러시장은 매년 100%가량 성장하는 등 시장성이 충분하다”며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주변기기업체도 더욱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개풍전자는 10여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펼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 중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PC 케이스를 출시했다. 또 인텔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자금 여력이 풍부해진 에이팩은 아예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인력을 상주시키고 사무소를 개설했다.
DMB 수신기 제조업체 코발트테크놀로지는 중국 내 자치성을 돌아다니며 브랜드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정근 코발트테크놀로지 사장은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한번 터지면 대박”이라며 “브랜드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 특허 관리는 기본=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현지 총판과 철저한 계약 △지속적인 브랜드와 디자인 관리 △특허 출원 3가지를 꼽고 있다. 중국 내 총판은 워낙 그 수가 많다 보니 가격 통제가 안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도 중요하다. 브랜드·디자인 관리를 잘못하면 자칫 이를 도용한 복제품이 범람하기 때문. 이를 위해 중국 진출 전 특허 출원이나 디자인 등록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특허를 신청하고 받는 데까지 통상 3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제품을 팔기도 전에 복제품으로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이영필 잘만테크 사장은 “중국 진출 전 변호사나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현지 법률을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코트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국 불법 복제 제품 조사 비용 지원제도’ 등 정부 수출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