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127)뇌지문 감식

[사이언스 21](127)뇌지문 감식

폴리그래프(Polygraph) 일명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죄의식과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몸의 변화 즉, 맥박이 빨라지고, 침샘이 마르고,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신경호르몬이 분비돼 콧속의 조직세포가 붓는 등의 증상들을 기계로 읽어내면 된다. 그러나 아예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거짓말쟁이나 타고난 강심장에게 ‘거짓말 탐지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참말을 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는 심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뇌파를 이용해 뇌 속의 기억을 직접 뒤져내는 ‘뇌 지문감식 기술’이다. 제아무리 포커페이스를 가진 거짓말쟁이라도 뇌 안에 지문처럼 인식돼 있는 사건관련 정보들은 지울 수 없다. 뇌는 익숙한 그림이나 글자를 지각할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P300이라 명명된 뇌파를 발생시키는데, 범인의 머리에 미세전극이 내장된 장치를 씌우고 범죄와 관련된 장면을 보여주면 아무리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해도 P300이 감지돼 거짓말임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뇌 지문감식’은 현재 국내에도 도입이 돼 수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외에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하는 ‘뇌 영상 기술’도 있다. 참말과 거짓말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으로 뇌의 활동 상황을 촬영하여 거짓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