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이달중 공청회를 열고 연내 통신 결합상품 고시를 제정키로 한 가운데, 이동전화 상품에 대한 규제완화 범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합상품 규제완화로 최대 수혜가 예상되는 KT로선 자사 PCS 재판매를 내세워 침체된 유선시장보다는 이동통신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그 파급력을 놓고 나머지 경쟁 통신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분위기다.
결국 KT그룹이 결합상품 시장 활성화에 공세적으로 나설 경우 당장 이동통신 시장이 그 타깃이 되는데다, 경쟁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인하를 유도하게 돼 시장 전반에 미칠 간접 영향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일단 KT의 시내전화나 SK텔레콤의 이동전화 등 지배적 역무도 약관인가 방식을 통해 결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와이브로·WCDMA/HSDPA 등 차세대 서비스는 규제완화 대상에 ‘특별히’ 수용함으로써 시장 조기 활성화에 혜택을 준다는 구상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KT 유선전화를 2세대 이동전화와 결합한다면 이는 신중하게 검토될 사안이지만 적어도 신규 서비스는 가능한 제한을 모두 풀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KT그룹 입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싱글모드싱글밴드(SBSM)형 WCDMA 단말기가 첫 선을 보이고 가격도 차츰 보급형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KT 재판매나 자회사인 KTF를 통해 WCDMA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2세대와 달리 WCDMA는 합법 보조금도 제한없이 쓸 수 있는데다, KT 스스로 PCS 재판매 점유율 제한 대상에서도 배제하고 있어 결합상품 요금할인 효과까지 가세하면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은 결합판매 규제 완화 대상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KT그룹이 적극 나서게 되면 당장 이동통신 시장의 잠식은 물론, 가입자 유치경쟁이 재연돼 마케팅 비용 및 요금 할인 경쟁을 촉발시킬수 있다는 우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 검토결과 KT의 결합상품이 시장에 진입해 오면 수 천억원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소모전이 벌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후발사업자들도 KT그룹과는 달리 이동통신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운신의 폭이 적은 만큼 이동통신 사업의 동등 접근을 요구하고 있어 나머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래저래 곤혹스런 분위기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결합상품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미국 AT&T의 ‘트리플파크’와 ‘쿼드파크’ 등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아직 ‘유선+이동전화’ 결합상품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결합상품 규제 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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