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ERP 사업 가속페달

 2000억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가 이르면 내달께 발주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삼성전자 초대형 프로젝트가 2년 만에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본사와 70여개 해외사업장을 ERP로 묶는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추진 방향을 놓고 내부 마찰을 빚는 등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은 글로벌 ERP 태스크포스(팀장 박종암)를 지난 4월께 재구성한 가운데 재무와 물류 부문의 ERP 통합을 동시 진행하기 위해 벤치마크테스트(BMT) 성격의 프로세스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글로벌 TF는 모의시험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ERP 구축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 매킨지의 컨설팅이 종료되는 12월께 마무리짓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ERP 구축 사업을 싱글 인스턴스 환경이 아닌 2∼3개 지역별 내지는 사업군 별로 나눠, 통합 ERP를 구축하는 쪽으로 전략을 재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싱글인스턴스 ERP 시스템은 실시간 경영·비용절감 등 다양한 이점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지역별로 업무 프로세스가 너무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싱글 인스턴스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싱글인스턴스는 해외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별도의 ERP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싱글인스턴스 형태로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고 2∼3개 지역별로 통합 ERP를 구축할 지 아니면 사업군 별로 나눠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지에 대해서 글로벌 ERP TF가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현재 10명 인력이 글로벌 ERP 프로젝트에 참여, 빠르면 12월께 글로벌 ERP사업을 발주할 계획으로 세부 추진일정을 짜고 있다”며 “글로벌 ERP TF 참여인력도 100명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ERP시스템 중 재무부문을 하나로 통합하고 추후 물류부문을 통합하는 기본 원칙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나 재무와 물류를 동시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연초 내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박종암 전 삼성SDS 전무를 글로벌 TF장으로 영입, 글로벌 ERP 추진 일정과 설계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왔다.

 안수민·류현정기자@전자신문, smahn·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