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교육, 무엇이 문제인가](하)정부 정책 현황과 개선 방향은

지난해 10월 대입검정고시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한 뒤 인하대 입학을 확정했던 과학신동 송유근 군이 홍승용 인하대총장(오른쪽 끝)과 함께 과기부를 방문해 오명 전 부총리(가운데)에게 애로 등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입검정고시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한 뒤 인하대 입학을 확정했던 과학신동 송유근 군이 홍승용 인하대총장(오른쪽 끝)과 함께 과기부를 방문해 오명 전 부총리(가운데)에게 애로 등을 전하고 있다.

“과학영재 배출 9년째입니다. 아직 20년, 30년 더 가봐야 합니다.”

이원근 한국과학재단 장학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8년 과학영재교육을 본격화한 이래로 매년 5000여명씩 배출했으니 아직 5만명을 넘지 못했다는 것. 특히 러시아, 미국 등 주요 과학영재교육 선진국들이 전국 상위 1%대 학생들에게 영재교육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0.4%대에 머문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는 40년 이상 과학영재교육 노하우를 쌓은 해외 선진국과 달리 일천해 이제야 ‘어떻게 발굴할지’부터 시작해 ‘계속 관리할 기반’을 구축하고 조성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과학기술부는 올해에도 ‘창의적 과학기술인재 양성’ 계획의 일환으로 과학영재 3962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지난해(3706명)보다 약 5%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전국 25개 대학에 설치한 ‘과학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초·중등학생들이다. 또 (부산)과학영재학교 144명, 과학고 1000여명이 교문 밖으로 나선다. 대략 5000명이고,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나가 동상 이상을 탔거나 국내 과학경시대회 입상 경력을 가졌다면 국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데 한결 유리하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경력은 웬만한 대학의 입학보증서라고 할 정도다.

대학에서도 정부 지원은 이어진다. 올해를 기준으로 대통령과학장학생 530명을 선발해 69억원, 이공계 국가장학생 1만3000명에게 745억원, 연구장학생(대학원) 510명을 뽑아 51억원을 준다. 또 국회(유승희 의원 대표발의)와 정부(과학기술부)가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에게 병역특례를 추진할 정도로 각계의 애정이 남다르다.

하나 더, 과기부는 내년 6월까지 같은 나이 인구 100만명에 한 명꼴로 나온다는 ‘과학신동’을 뽑을 계획이다. 과학신동(발굴·육성)프로그램을 기획·총괄하는 한국과학기술원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은 과학신동판별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달 중에 1, 2차 과학신동 캠프를 열어 10명 안팎을 가려낼 계획이다.

심재영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박사는 “신동으로 인정할 재원이 없다면 한 명도 뽑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관 부처인 과기부도 같은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아예 뽑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다. 과학신동프로그램이 없다면 참여 정부의 ‘전주기적(life-cycle) 지원정책기조’에서 이빨이 하나 빠진 상태기 때문. 한마디로 과학신동을 뽑아 초·중등, 고, 대학, 대학원에 이르는 관리·지원체계를 갖추겠다는 얘기다.

관건은 그 틀 안에 ‘어떻게 영재다운 영재를 담아내느냐’는 것. 이를 위해 과기부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아예 관리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과학영재교육원 관계자는 “사실 한두 번의 면접, 시험으로 과학영재를 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 어릴 때 둔재로 보였던 사람이 박사과정에서 영재성을 발휘하기도 한다”며 “많이 뽑는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발굴하고 장기간 추적관리할 방법론과 체계를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