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지주업체 NTP가 개인휴대단말기(PDA)와 스마트폰 업체 팜(Palm)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C넷 보도에 따르면 NTP는 6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지구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팜의 제품·서비스·시스템·프로세스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NTP는 이미 수 년전 무선 e메일 송수신기 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에 특허소송을 제기해 지난 3월 수 억원의 합의금을 받기로 한 상태여서 이번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RIM과 팜은 상반기 세계 PDA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기록한 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 결과는 세계 PDA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PDA 출하대수 734만대 가운데 1위는 점유율 24%인 RIM, 2위는 12.7%인 팜, 3위는 10.9%인 HP, 4위는 7.1%인 미오테크놀로지였다. RIM은 연간 1억대 수준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소송내용=NTP는 소장에서 팜의 △트레오(Treo) △팜 VII △팜 i700 △팜 텅스텐 △관련 SW 및 서비스 등의 기능이 자사의 특허 7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모바일 칩에 e메일을 송수신하는 기능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NTP는 자사 특허를 침해한 팜 제품 판매에 대해 법원이 금지명령과 함께 피해보상금 지불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NTP는 또 굿 테크놀로지·비스토·RIM 등이 자사로부터 이 특허에 관한 라이선스를 받았다며 팜도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NTP 대변인은 보도자료 외에 추가 발언을 하지 않았다. 팜 관계자도 회사가 소송에 대해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경 및 전망=NTP는 고(故) 토머스 캠파나가 무선 e메일 시스템용 특허 관련 소송을 위해 설립한 지주회사다. 특허소송을 걸고 합의금을 받아내기 때문에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불리기도 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무선 e메일 송수신 기기인 블랙베리를 개발한 RIM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NTP는 이듬해인 2002년 RIM의 특허 침해가 사실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법원은 블랙베리에 대한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RIM이 제기한 재심리 신청 과정이 진행 중이어서 판매금지 명령의 집행이 잠시 중단됐으나, 올해 미 대법원이 재심리신청을 기각하자 RIM은 지난 3월 NTP에 6억125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NTP의 특허에 대해 부당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RIM은 소송이 제품 판매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을 인식, NTP에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NTP가 같은 특허로 또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 특허의 정당성에 대해 다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특허청(USPTO)은 올해초 NTP의 특허를 다시 검토해 이 중 2개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NTP는 이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지만 기간이 수 개월 혹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항소가 효과가 있을 지 미지수다.
특히 소송이 제기된 시점이 현지시각으로 7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 하루 전이라는 점에서 특허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제도 개혁은 지난 2년 동안 미국 워싱턴 정가와 유럽에서 주된 이슈였다. 대기업들은 특허소송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술 발명자들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발명을 훔쳐가려고만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