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부품 업체 `脫 삼성 LG` 바람

 미국 반도체 업체 한국지사인 A사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에 치중해온 마케팅 체제를 중견·중소기업쪽 강화로 바꾸었다. 이 회사는 삼성과 LG가 원하는 사양에 맞도록 기술 지원을 하는데 주력해 왔지만, 대기업 중심 매출 구조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외국계 반도체·부품업계에 탈(脫) ‘삼성·LG’ 바람이 불고 있다.

 여전히 이들 기업에게 삼성과 LG는 하늘같은 고객이다. A사만 해도 1000억 원이 넘는 국내 매출의 80%를 양사에 의존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국내 휴대폰산업의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실감했다.

 외국계 반도체·부품업계는 매출 규모가 작더라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고객 발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A사는 20%에 불과하던 중견·중소기업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조직 체계를 바꾸는 중이다.

 해외 반도체 회사인 C사의 경우는 한국시장의 총괄을 아시아·태평양 본부에 맡기기로 했다. 그동안 삼성과 LG가 있어 한국 지사가 직접 담당해왔지만, 이제는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고려, 아시아 전체 상황에 맞춰 지원 구조를 유동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이유다.

  C사 사장은 “한국에 이미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많은 외국계 업체들도 본사에서 삼성과 LG 이외의 대기업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고, 한국 지사에서는 중소기업 비중을 확대토록 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다국적 반도체· 부품 기업들이 삼성·LG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있다”며 “이것은 결국 부메랑이 돼 삼성·LG의 경쟁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F 부품 전문 해외업체 B사 한국지사장은 “본사에서는 왜 힘들여 기술 지원한 부품 판매가 갑자기 부진하냐는 질책을 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장기적인 협력보다는 수시 입찰로 가격 인하 등만고집하는 바람에 너무 지쳤다”고 밝혔다.

 이 지사장은 “본사가 삼성, LG보다는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노키아, 모토로라 등을 우선 협력업체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형준·문보경기자@전자신문, hjyoo·okmun